[스타트업 발언대] AR 글라스 '선구자' 김재혁 레티널 대표

입력 2022-06-01 07:00  

[스타트업 발언대] AR 글라스 '선구자' 김재혁 레티널 대표
만화 '드래곤볼'에서 아이디어 얻어 고교 동창과 공동창업
2020년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글로벌 리더' 영예
올 매출 80배 폭증 전망…이르면 내년 기업공개 추진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학창 시절 즐겨 보던 만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글로벌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스타트업 CEO가 있다.
증강현실(AR) 광학렌즈 전문 기업 레티널(LetinAR)을 이끄는 김재혁(32)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016년 당시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김 대표가 고교 동창인 하정훈(32) 기술이사(CTO)와 함께 세운 레티널은 창업 이듬해인 2017년 네이버에서 5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그해 서울지방중소기업청 주관의 대한민국 창업리그에서 최우수상, 스타트업 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거머쥐는 것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후로 레티널이 걸어온 성장의 길은 눈부시다고 할 만하다.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특허청장상(2019), 특허기술상(홍대용상)·세계 광학 분야 최고 권위 국제광공학회(SPIE) 프리즘 어워즈(2020), 스타트업 넥스트콘 최우수상(2021),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혁신상(2022) 등 국내외에서 거둔 각종 수상 실적은 레티널의 잠재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재혁·하정훈 공동창업자는 2020년 4월 포브스가 선정해 발표한 '30세 이하 아시아 글로벌 리더'에 오르기도 했다.
광학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한 레티널은 세계 최초 기술이라고 자부하는 핀미러(PinMR) 방식의 AR 렌즈(안경알)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조·판매한다.
증강현실(AR)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조화시켜 사용자가 두 환경이 분리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현재 산업 및 의료 등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전용 글라스(안경)를 쓰고 일상에서 즐기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일본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 작품인 만화 '드래곤볼'에는 라이벌의 전투력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스카우터'라는 기기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증강현실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스마트폰처럼 AR 글라스가 상용화하면 일상생활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발 디딜 틈도 없는 러시아워 전동차에서도 안방에서처럼 스마트 안경(AR 안경)을 통해 AR 콘텐츠로 만들어진 영화를 즐기거나 신문을 펼쳐 읽을 수 있게 된다.
AR 구현 기술로는 현재 홀로그래픽(Holographic Optical Element, HOE), 회절(Diffractive Optical Element, DOE)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6년 내놓은 홀로렌즈에는 회절(DOE) 방식이 적용됐다.
이들 방식과는 전혀 다른 레티널의 핀미러는 핀홀 효과에 착안해 만든 AR 광학렌즈다.
"구글의 AR 글라스가 2012년 처음 나왔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 3년쯤 전부터 안경으로 AR를 구현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습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 인터뷰에서 현재 CTO를 맡아 연구개발에만 전념하는 하 공동창업자가 드래곤볼의 스카우터에서 영감을 얻어 고교 시절인 2009년 블로그에 AR 글라스 구상을 올렸다며 초기 아이디어 면에선 구글보다 앞섰다고 했다.
절친한 고교 동창인 김 대표와 하 이사는 구글 글라스를 보면서 AR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직감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창업 아이디어의 토대는 신소재공학을 공부한 하 이사가 2009년 일식 때 낙엽의 구멍으로 투과되는 빛을 순간적으로 보면서 AR 구현 수단으로 떠올렸다는 핀미러다.



빛의 직진성에 따라 렌즈 없이 물체의 상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간단한 장치가 바늘구멍 사진기다.
검은 통 앞쪽에 바늘구멍(핀홀)을 뚫고 뒤쪽에 불투명 유리나 반투명 막을 댄 바늘구멍 사진기로는 양쪽 간격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뚜렷한 상을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여기에 거울을 접목하는 새로운 발상으로 개발한 것이 핀미러 AR 렌즈로, 동공보다 작은 수많은 구멍을 통해 큰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티널 AR 렌즈에는 동공보다 작은 크기의 점 같은 수많은 구멍이 설계된 것을 볼 수 있다.
고객사 요청에 따라 구멍 간격, 디스플레이 크기 등을 조절하는 설계 변경을 통해 입체 화면을 더 크게 하거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게임에 몰입해 학업을 소홀히 한 탓에 군 복무를 마친 뒤 공학 계열의 명성이 높은 한양대에 늦깎이로 진학했던 김 대표는 핀미러를 이용한 레티널의 AR 기술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레티널에 올해 CES 혁신상을 안긴 것은 플라스틱 '핀미러' 렌즈 기술을 적용해 만든 증강현실 스마트글라스인 'T-Glasses'였다.



경기도 안양의 레티널 본사에 가보면 사명(社名)에 담긴 뜻을 쉽게 짐작하게 하는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
출입구 앞에 설치된 세움 간판에 레티널(LetinAR)을 풀이한 '(Let) us (in)to (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속으로)와 '(Let) us (in)to (A)mazing (R)eality'(놀라운 현실 속으로)라는 문구가 반복해서 뜬다.
두 문구에는 레티널이 일상생활에서 '놀라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선구자가 되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
레티널은 2016년부터 핀미러 방식의 수많은 자체 특허를 바탕으로 AR 체험을 제공하는 렌즈(안경알) 만들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기술이 공개되더라도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네 차례 정도의 퀀텀 점프를 이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저희 오리지널리티를 (전 세계 특허 출원과 등록을 통해) 국내외에 다 알려놨다"며 핀미러 방식의 AR 렌즈 분야에선 레티널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레티널은 작년 11월 최신 모델의 AR 렌즈를 내놓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른 어떤 제품보다 (레티널 렌즈를 활용한 글라스가) 더 (일반) 안경 같고, 잘 보이고, 저렴하다는 세 가지 큰 특징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 김 대표는 2024년쯤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구글, MS,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AR 글라스 출시로 격화될 AR 렌즈 시장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3m 거리에서 50인치 정도의 화면을 체험할 수 있는 AR 렌즈를 만드는 레티널은 100인치, 150인치 화면으로 키울 수 있는 기술도 갖고 있다.
이를 구현하는 렌즈 무게는 현재 4.5g 정도로, 이미 일반 안경알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레티널 고객은 AR 렌즈를 사용해 글라스 제품을 만드는 모든 국내외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고객사 정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선 외국 기업 위주로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의료, 방산 분야 등의 업체들에 이미 공급하고 있거나 공급 물량을 협의하는 단계다.
레티널 AR 렌즈를 사가는 기업은 이를 부품으로 사용해 AR 글라스를 만드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구글 같은 종합 플랫폼 업체들도 고객사가 될 수 있다.
지금 AR 렌즈를 달라는 기업이 너무 많아 재고가 없을 정도라고 밝힌 김 대표는 머잖은 장래에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AR 글라스로 체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R 글라스를 통해 스마트폰에 들어오는 메시지를 확인하는 등 눈앞에서 일상적으로 AR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다.
레티널은 작년 3천만원 수준이던 매출이 AR 렌즈의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올해는 80배 이상으로 폭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깨질 경우 눈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유리보다 안전한 플라스틱을 재료로 AR 광학렌즈를 만든다.
레티널의 전체 직원은 현재 53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명이 물리나 전자공학 등을 전공한 연구·개발(R&D) 인력이다.
놀랍게도 이들 중에는 레티널의 미래를 보고 굴지의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에서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모듈이나 디스플레이 분야 일을 하다가 이직해 온 20년 차 이상 경력의 베테랑도 적지 않다고 한다.
레티널은 직원 사기를 북돋우는 차원에서 공동창업자인 김 대표와 하 기술이사 보유 지분의 일부를 자사주로 나눠주는 절차를 밟고 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의 성장에는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레티널이 유치한 투자금은 총 171억원.
네이버, 카카오 등 스마트폰 관련 플랫폼 업체 외에 KB인베스트먼트 등 전문 투자업체들이 돈을 댔다.
현재는 시리즈C 단계 투자 유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협상이 순항하면 누적 투자액이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수천억 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6~7곳의 외국 동종 업체들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내년이나 내후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



※ 이 코너를 통해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CEO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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