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군비증강 박차…31년만에 다시 그어진 '냉전 전선'

입력 2022-06-30 15:01   수정 2022-06-30 17:30

나토 군비증강 박차…31년만에 다시 그어진 '냉전 전선'
러 위협·중 도전에 맞서 나토 동맹국 국방비 증강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회의는 거의 매년 열리지만 올해 회의는 '신냉전의 출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안보 지형을 뒤흔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역사적 사건 속에 열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서방과 반서방의 전선이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1991년 소련의 붕괴 뒤 희미해진 동서의 경계선이 31년만에 다시 선명해진 것이다.
나토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회원국의 안보와 유럽 대서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기술한 '전략 개념'을 선언했다.
또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며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기술했다.
러시아의 위협과 중국의 도전에 맞서 미국은 나토의 집단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나토 동맹국에 대한 군사력 증강 계획을 발표했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에 F-35 스텔스기 2개 대대를 추가로 배치하고, 스페인 로타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구축함을 기존 4척에서 6척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나토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폴란드에는 미 육군 5군단 사령부가 영구 주둔하게 된다. 5군단은 미 육군의 유럽 지역 작전을 관할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또 독일과 이탈리아에는 방공체계를 강화하고, 루마니아에 병력 3천명과 2천명 규모의 전투여단을 순환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보다 약 2만명 많은 10만명 수준이다.
나토 동맹국의 국방비 증액 방안도 논의됐다.
나토 동맹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 예산으로 배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기준을 넘어선 국가는 많지 않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30개 회원국 중 미국, 영국 등 9개국이 2% 목표를 넘었고 19개국은 2024년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나토의 집단적 억지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방비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올해 8년 연속으로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의 방위비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방어계획 수립은 "냉전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나토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 동맹국에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다. 나토는 현재 4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3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나토의 동유럽 전력 증강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연안 3개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를 상대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의 나토군 주둔을 희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독일은 군비증강에 착수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로 유럽에서 신냉전이 촉발하면서 독일은 사실상 재무장을 선언하고 지정학적 강자로서 역할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군 현대화를 위해 올해 특별 연방군기금을 설립, 1천억 유로(약 135조 원)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연방하원은 지난 3일 1천억 유로 규모의 특별 연방군기금 조성안을 승인했다.
이번 기금 확보로 독일은 2014년 나토에 약속한 대로 2024년까지 연간 GDP 대비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독일이 그동안의 금기를 깨고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와 중화기를 제공하고 과감하게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대해 2차 세계대전의 피해국인 폴란드 등 주변국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국방비 증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언론은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이 국방비를 현재 GDP의 2%에서 향후 2.5%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전역에서 전쟁 위기감이 커지면서 유럽연합(EU)도 자체 방위력 증강에 나섰다.
EU는 2025년까지 5천 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창설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 보안 문서에 따르면 유럽합동군 창설 계획 초안은 육·해·공군력을 모두 포함하는 신속대응군이 적대적인 환경에서 구조·대피, 또는 안정화 작전과 같은 모든 범위의 군사적 위기관리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군수품 보급, 장거리 공중 수송, 작전 통제 등 독자적인 작전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략적 나침반'이라고 명명된 유럽군 창설안이 확정되면 EU는 2023년부터 정기적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의 동진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는 역풍을 맞은 셈이 됐다.
나토의 '몸집 불리기'에 러시아는 나토군의 전진 배치에 강력 대응할 태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나토가 새로 가입하기로 한 핀란드와 스웨덴에 병력과 군사 시설을 배치하면 똑같이 대응하겠다며 "나토 가입은 그들의 판단이지만 그들이 우리를 위협하면 긴장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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