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계 여성 수백명, 시카고 도심서 흰옷 입고 침묵시위

입력 2022-08-09 05:21   수정 2022-08-09 15:03

美 우크라계 여성 수백명, 시카고 도심서 흰옷 입고 침묵시위
러시아의 침공 항의하고 美에 러시아 테러지원국 지정 요구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내 우크라이나계 사람들의 다수 거주 지역 중 한 곳인 시카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이색 시위가 열렸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시카고 도심 최대 번화가 미시간 애비뉴에서는 순백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 수백명이 몰려나와 침묵시위를 벌여 쇼핑객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계 여성들과 지지자들로 구성된 이들 시위대는 시위에 어울리지 않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채 구호를 외치는 대신 다양한 시위 구호가 적힌 대형 판지를 목에 걸고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시카고 최대 번화가 미시간 애비뉴의 관광명소 '워터타워' 앞에서부터 일렬로 늘어서 손을 잡고 '인간 사슬'을 만들어 모국에 연대를 표했으며 시카고 강을 돌아 도심 공원 밀레니엄 파크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밀레니엄파크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희생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시위대는 입을 열지 않았으나 메시지는 분명했다"고 전했다.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릴리아 포포비치는 "미국 시민과 미국 정부에 러시아를 '테러 국가'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나섰다"며 "학교·병원·쇼핑몰을 폭파하고 침실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폭탄을 던지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테러"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에 이민한 지 11년 됐다. 그곳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며 "사랑하는 이들이 언제 어떻게 될 지 몰라 매일밤 잠을 편히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 테타니아 바이딘은 "러시아 테러리즘에 대해 더 많이 말하고 싶지만 소셜미디어에 '민감한 내용'(이어서 말할 수가 없다)"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판지를 목에 걸어 관심을 모았다.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콘텐츠 통제 강화를 비꼰 것이라고 시카고 선타임스는 설명했다.
시위 조직위는 "우크라이나에서 열리고 있는 이벤트 일부는 대중이 볼 수 없도록 차단돼 있다"며 "여기서 영감을 받아 침묵 시위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세상이 안전하다고 믿고 일상을 살아가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우크라이나에서 테러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누가 다음 희생자가 될 지 모를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시위대는 해산 무렵이 되어서야 입을 덮고 있던 큰 테이프를 떼어내고 미국 국가와 우크라이나 국가를 차례로 부른 후 흩어졌다.
조직위는 "러시아를 규탄하고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또다른 시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연방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 우크라이나계 인구는 약 10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0.3%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미국 이민자 수는 약 35만 명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계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뉴욕(12만9천여 명), 시카고(약 5만4천 명), 필라델피아(약 5만 명), 로스앤젤레스(3만4천여 명), 시애틀(3만여 명) 등이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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