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업자들, 관세보다 서방의 주문 급감에 골머리"

입력 2022-08-26 10:55  

"중국 수출업자들, 관세보다 서방의 주문 급감에 골머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주문도 없고 관세 문제도 전혀 없다."
중국 광둥성의 반려동물용품 수출업자 왕수이 씨는 이렇게 말하며 서방으로부터의 주문이 급감해 정리해고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은 정부 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있고 그들의 구매력은 벼랑에서 추락했다"며 "해외 주문이 지난해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이 중국의 최고 경쟁자인 동남아시아에 주문을 늘린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왕씨를 포함해 한때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로 신음했던 많은 중국 수출업자들이 이제는 관세보다 서방의 수요 급감에 고통받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전했다.
고율 관세 문제에는 지난 4년여 대응책을 찾는 등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데 이제는 주문 감소, 공급망 붕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서방의 소비 쇠퇴가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공청소기 생산업체인 상하이 증시 상장사 닝보 푸자 산업은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적용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며 2018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현재 미국은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1천2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해선 2020년 1월 합의에 따라 관세를 기존 15%에서 7.5%로 낮춘 상황이다.
당시 닝보 푸자를 비롯해 많은 대미 수출업체들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갑자기 왜 자신들의 사업을 힘겹게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신 서둘러 다른 수출 판로를 모색하며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만들어내는 데 몰두했다.
이후 닝보 푸자는 베트남에 공장을 건설하기까지 하며 미중 관계의 추가 악화에 대비했다. 2020년 미국이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인하하면서 추가 관세 없이 미국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을 때 이 회사는 이미 수출국 다원화를 통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춰놓은 상황이었다.
그 덕에 닝보 푸자를 포함해 많은 중국 제조업체들은 미국의 관세에 따른 변동성에도 그간 수입이 증가했다. 내수 시장 공략 등 자구책을 찾은 것이다.
중국 당국 역시 현재 미국이 부과하는 10∼25%의 관세가 아직까지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국의 생산 역량이 타격을 입으면서 중국산 제품의 의존도가 더 커졌고, 고율 관세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들이 떠안는다는 설명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20년 전년 대비 7.9% 증가한 4천520억 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27.5% 늘어난 5천760억 달러로 나타났다.
올해 1∼7월에도 15% 늘어난 3천475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관세 인하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 장관 등은 관세 인하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가 중국을 압박할 중요한 지렛대라고 주장한다.
미국 스피커 제조업체 미스코 스피커스의 댄 디그리 최고경영자(CEO)는 "누가 실질적으로 관세를 내느냐, 미국 수입업자냐 최종적인 소비자이냐의 문제는 정치에서 완전히 실종됐다"며 "그렇기에 중간 선거 이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쪽에서는 사실 관세에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고 중국 수출업자들에게도 더 이상 미국 관세는 주요 문제가 아니라고 SCMP는 전했다.
3천개 제조업체를 아우르는 홍콩의 중국제조업협회 앨런 스 회장은 "아시아 제조업체들은 현재 공급망 붕괴와 서방의 수요 둔화에 따른 전반적인 주문 하락에 대해 더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이 관세를 철폐한다고 중국과 다시 친구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중국도 미국과 거래하기 위해 자신들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은 미중 협상의 의제가 됐고, 중국은 미국에서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기 위한 카드가 됐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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