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도 축산 현실에 맞아야…자칫 양돈산업 몰락"

입력 2022-08-28 11:00   수정 2022-09-01 14:33

"동물복지도 축산 현실에 맞아야…자칫 양돈산업 몰락"
김유용 한국축산학회장 "돼지 특성 고려하면 '임신틀' 필요"
국내 ASF 방역정책 비판…"'숙주' 야생멧돼지 과감히 죽여야"



(제주=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영국은 1997년 축산에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당시 그 나라 모돈(어미돼지) 마릿수가 80만4천두였는데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는 40만2천두로 반 토막 났습니다. 한국에서도 무턱대고 동물복지를 시행했다가는 양돈산업이 몰락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2022년 아시아태평양 축산학회 학술대회(AAAP)' 개최 사흘째인 지난 25일 제주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만난 한국축산학회의 김유용 회장(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은 '축산 현실에 부합하는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축산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한 곳이다.
김 회장은 주력 연구 분야가 돼지이며 실습용 양돈농장도 운영하는 만큼 구체적인 사례의 초점을 양돈업에 맞췄다.
그는 "국내 양돈농장 10곳 중 9곳에서는 임신돈사(사육 시설) 폭이 7∼8m인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 기준을 따르려면 이를 2배로 늘려야 한다"며 "결국 사육돈 수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돼지 자급률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는 농장의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2년에 도입됐는데 일반 축산 농가에서는 이 인증 기준을 따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김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동물권 단체 등에서 양돈농장 내 임신틀(임신을 위해 돼지를 가둬두는 시설)을 없앨 것을 촉구하는 데 대해서도 "돼지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돼지는 개체 간에 '왕따'를 잘 시키는 특성이 있어서 강한 개체가 약한 개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죽이기도 한다"며 "임신틀이 없으면 결국 임신돈이 공격받아 유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축산 강국인 덴마크에서도 대다수 농가는 '종부(인공수정) 후 4주까지만 임신틀을 쓸 수 있다'는 현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실정"이라며 "국내에서는 2030년부터 종부 후 6주까지만 임신틀을 쓰도록 법적으로 예고된 상황인데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사람에게 보기 좋다고 무조건 동물복지인 것은 아니다"며 "돼지 입장에서는 과연 무엇이 복지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양돈농가에 큰 타격을 주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근절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ASF 방역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는 ASF가 발생하면 반경 10㎞ 내에 있는 사육돈을 살처분하고 정작 확산 주범인 야생멧돼지는 놔둔다"며 야생멧돼지를 과감하게 죽이면 사육돈을 살리면서 충분히 방역을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ASF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한 유럽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덴마크에서는 숙주인 야생멧돼지를 모두 살처분해 2019년 기준으로 야생멧돼지가 공식적으로 없다"고 전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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