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속 판돈 키운 푸틴, 점령지 병합시 '출구전략' 잃는다"

입력 2022-09-30 11:19   수정 2022-09-30 14:49

"수세 속 판돈 키운 푸틴, 점령지 병합시 '출구전략' 잃는다"
국제왕따·평화협상 좌절에 자국내 여론악화 가능성
서방 전문가들 분석…"크림반도 병합 때와는 상황 달라"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때문에 전쟁에서 출구전략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황을 고려할 때 점령지 병합은 국내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깊은 궁지로 몰 수 있는 도박수라는 얘기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러시아군 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 상황이 크림반도 병합 때와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주민투표를 거쳐 속전속결로 자국 영토에 편입시켰다.
이는 러시아가 현재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에서 진행하는 침탈 절차의 판박이다.
콜레스니코프 연구원은 "크림반도 때는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문화, 역사적으로 중요한 땅을 점령했다는 애국적 행위에 대한 기쁨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진행되는 점령지 병합은 겉으로 평온해 보이지만 속에는 푸틴 대통령이 강행하는 길에 대한 우려가 들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고 전쟁을 끝낼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가능성도 닫힐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국제법 위반으로 보고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시리아, 북한, 벨라루스 등 소수를 제외하면 병합을 지지할 국가가 없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소외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점령지 병합은 현재 러시아 정권과 더는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을 더 크게 위협할 요소로는 새로 편입되는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이뤄질 징병에 대한 러시아 내 싸늘한 여론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병합지는 러시아 연방의 다른 곳과 똑같이 군사적 보호를 받는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침공 초기에 무너뜨린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장기 소모전을 치르고 있다.
서방 정보당국은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7만∼8만명(러시아 5천여명 주장)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한다.

우크라이나가 점령지 탈환을 가속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병력을 유지하려고 30만명 충원을 목표로 최근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이에 해외탈출 쇄도, 반전시위와 함께 러시아 민심은 이미 징집에 반감을 갖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러시아가 조기에 압승을 거두지 못한 채 부분적 동원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확대된다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수 있다.
지금은 러시아가 언론통제, 집회시위 단속으로 소요를 관리하고 있지만 전쟁이 지속되면 임계점이 온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의 연구원 토머스 그레이엄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자국 옛 영토이자 핵심적 일부로 보지만 러시아인이 그 견해에 수긍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를 보면 러시아는 자국 영토를 방어하는 데는 집요했지만 외부와 싸우는 데는 '뭘 위해 싸우느냐'는 식으로 태도가 좀 달랐다"며 "러시아인 대다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라는 역사적 관념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반적 상황을 두고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출구 선택지를 좁힐 정도로 '판돈'을 너무 끌어올린다고 해설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유라시아 프로그램 소장인 애너톨 라이븐은 CNN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실제 목표는 미국과 유럽이 심각성을 느껴 종전 합의를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긴장을 급격히 고조해 서방이 그에 대응할 수밖에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평화 가능성도 오랫동안 아예 배제해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러시아의 합병 추진은 국제사회를 향해 새 국경선을 인정하거나 핵전쟁 가능성을 대비하라는 양자택일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불길한 시나리오 속에 푸틴 대통령에게는 일단 병합과 장기 소모전을 각오한 듯한 태세다.
러시아 관영TV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며 전쟁 보도를 자제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전투 승리나 젊은이들이 자원하는 모병소 풍경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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