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이티의 갱단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마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안보리는 아이티의 안전을 위협하는 갱 등에 대해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무기 금수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멕시코가 초안을 잡은 이 결의안은 아이티의 악명높은 연합 갱단 G9 두목으로 '바비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지미 체리지에를 첫번째 제재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결의안 초안은 "체리지에와 그의 G9 연합이 바로(Varreux) 연료 터미널에서 연료 운송을 막아 아이티 경제가 피폐해지고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 갱단은 지난달 정부가 연료 보조금 삭감 방안을 발표하자 바로로 통하는 길목을 봉쇄하고 시위를 벌여왔다.
이로 인해 연료 공급이 차단됐고, 콜레라가 급속히 번지는 가운데 마실 물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로이터는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멕시코 관리들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이티 안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는 현지 갱단과 아이티 안팎에서 이들과 결탁하는 일부 엘리트 집단 사이의 연계를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아이티에서 폭력 사태를 조장하고 갱들을 돕는 이들을 제재하기 위해 유엔에서 논의를 계속해 왔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몇몇 나라들이 '신속 대응군'을 보내 아이티 경찰의 무장 갱단 대응을 돕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안보리는 아이티 내 범죄 조직과 인권 침해 사범들을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각국에 아이티에 대한 총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미 국무부도 최근 아이티 갱단의 거리 봉쇄로 인도적 위기가 발생한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갱 후원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카리브해 연안국을 방문하고 있는 브라이언 니콜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현지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어제 11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고 소개하고, "현재 아이티 주민 120만명이 콜레라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안보리 15개 회원국들은 이르면 17일 아이티 갱단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현지 외교관들은 밝혔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이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대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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