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경제개발부에 버젓이 걸린 무솔리니 사진, 논란되자 철거

입력 2022-10-19 00:58  

伊 경제개발부에 버젓이 걸린 무솔리니 사진, 논란되자 철거
청사건립 100주년 맞아 역대장관 사진 전시…극우정권 출범으로 논란 가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청사에 걸린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사진이 논란 끝에 철거된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경제개발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무솔리니 사진이 논란을 야기하고 정치적 도구화가 되지 않도록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개발부 청사로 쓰이는 이탈리아 로마의 피아첸티니 궁전은 1932년 11월 30일 완공돼 올해로 건립 90주년을 맞는다. 파시스트 건축가 마르첼로 피아첸티니가 설계한 건물로도 유명하다.
경제개발부는 9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전시실에 역대 경제개발부 장관의 사진을 걸었다.
조르제티 장관은 무솔리니가 초대 경제개발부 장관을 겸임했기에 사진을 건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차기 재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그는 총리실에도 무솔리니의 사진이 걸려 있다고 주장했다.
무솔리니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일본의 도조 히데키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3대 전범으로 꼽힌다.
무솔리니는 권좌에서 쫓겨난 뒤 이탈리아 유격대원들에게 살해돼 비참한 말로를 맞았지만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여전히 양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선 무솔리니가 세운 국가파시스트당(PNF)의 후신 격인 이탈리아형제들(Fdl)이 원내 1당이 됐고, 조르자 멜로니 Fdl 대표는 차기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지금은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과거 무솔리니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 별명도 '여자 무솔리니'다.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가 집권한 첫해를 기준으로 100년 만에 가장 극우 성향의 정치세력이 집권하게 된 상황에서 경제개발부 청사에 무솔리니 사진이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경제개발부 장관은 독재자와 함께 사진이 걸린 게 부끄럽다며 자신의 사진을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이탈리아 최대노조 노동총연맹(CGIL)도 무솔리니 사진 전시에 분노를 드러내며 즉각적인 철거를 요구했다.
최근 상원의장에 선출된 이냐치오 라 루사도 논쟁에 가세했다.
무솔리니 숭배자로 통하는 그는 "국방부 장관실에도 무솔리니 사진이 걸려 있다"며 "우리도 취소 문화에 동참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반대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
취소 문화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 계정의 팔로잉을 취소하는 데서 비롯된 말로, 상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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