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교에서 히잡 벗으라 했다"…교사·학부모 소송전

입력 2022-10-19 11:49  

"美 학교에서 히잡 벗으라 했다"…교사·학부모 소송전
학부모 "종교적 차별"…교사 "거짓 선동으로 명예훼손 돼"
'히잡 쓴 검객' 미 펜싱 메달리스트도 불똥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숨진 20대 여성의 의문사를 둘러싼 반정부 시위가 이란에서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초등학교에서도 학생의 히잡 착용을 둘러싼 갈등이 교사와 학부모, 유명 이슬람 스포츠 선수 사이의 소송전으로 번졌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부 뉴저지 메이플우드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하던 경력 20년의 베테랑 교사 타마 허먼 씨는 자신이 가르치던 2학년 학생의 가족들에게서 지난 3월 고소를 당했다.
그는 새 학년이 시작되고 몇 주 지나지 않은 작년 10월, 교실에서 7세 무슬림 여학생에게 쓰고 있던 히잡을 강제로 벗으라고 해 모멸감을 줬다는 이유로 피소됐다.
NYT에 따르면, 당일 학교에서 교사가 히잡을 벗기려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 학생의 엄마가 이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 문제는 이슬람 지역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히잡을 쓴 검객'으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동메달리스트 이브티하즈 무하마드가 어린 꼬마가 종교적인 이유로 학대를 당했다는 비난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무하마드는 당시 "어린 꼬마가 급우들 앞에서 옷이 벗겨졌을 때 그가 느꼈을 굴욕감과 트라우마를 상상해보라"며 "이것은 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분노한 이슬람계 주민들과 동조자들의 항의 이메일과 전화가 학교와 관할 교육청에 빗발쳤고, 미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뉴저지 지부까지 가세해 교육청에 허먼 교사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CAIR 뉴저지 지부의 셀라에딘 마크수트 대표는 "이와 같은 인종차별적인 교사들을 어린이들 주변에 둘 수 없다"며 허먼 교사를 즉각 해임할 것을 학교와 관할 교육구에 요구했다.
소녀의 가족은 결국 지난 3월 종교적으로 차별을 한 혐의 등으로 허먼 교사를 고소했으나, 이 소송은 지난 달 기각됐다고 NYT는 전했다. 기각 이유는 양측이 합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직무에 복귀하지 못한 채 현재 휴직 중인 허먼 교사는 이달 초 반격에 나섰다. '히잡 검객' 무하마드와 CAIR 뉴저지 지부, 마크수트 지부 대표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낸 것이다.
허먼 교사는 소장에서 사건 당시 여학생이 쓰고 있던 코로나 방지용 두건을 히잡으로 착각했으며, 눈을 과도하게 가리고 있길래 이를 벗으라고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사과했다면서 "2학년짜리 학생과의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에 피고인들이 끼어들어 무차별적인 분노와 거짓을 선동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은 유대인인 허먼 교사가 그 과정에서 유대인 혐오 발언 등으로 거주지를 떠날 만큼 심각한 위협을 당하고, 지역 사회에서 평판이 손상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히잡은 무슬림 여성들이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의 가르침에 따라 천으로 신체 일부를 가리는 차림을 통칭한다. 일반적으로는 큰 스카프로 머리카락과 어깨, 가슴을 가리고 얼굴을 내놓은 것을 히잡이라고 부른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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