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 금리 급등에 글로벌 금융시장 부담…연준 '속도조절론' 변수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가 되는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38년 만에 최장기 상승해 시장 변동성을 더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번 주 0.2%포인트 가까이 올라 주간 단위로 12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던 1984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다.
현재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2%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에는 한때 4.3375%까지 치솟아 2007년 11월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통상 작은 규모로 서서히 움직이는 장기 국채 금리가 이처럼 크게 출렁이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은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연속적인 대폭 금리인상과 그 뒤를 따르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동반 금리인상으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여파로 해석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당장 미국에서는 11월 초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우리는 당분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말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모기지)에서 신용카드 이자율까지 거의 모든 시장 금리의 근거로 활용되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의 거침 없는 오름세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 고수에도 불구하고 자국 국채 금리가 정책 상한선을 넘어서자 긴급 채권 매입에 나선다고 밝혔고, 영국에서도 섣부른 감세 정책 후폭풍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자 리즈 트러스 총리가 물러나기도 했다.
인베스코의 최고채권전략가 롭 왈드너는 블룸버그통신에 "채권시장은 물가상승률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는 신뢰를 잃었다"면서 "채권 수익률이 오버슈팅되고 있다. 변동성이 계속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이 12월에는 기준금리 인상폭을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채권 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에서 연준이 11월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12월에는 그보다 낮은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연설에서 "지금이 (기준금리 인상폭의) 단계적인 축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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