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Q&A] HUG 전세금 보증사고 올해만 1조원…미가입자가 더 문제

입력 2022-12-22 15:34   수정 2022-12-22 15:39

[빌라왕 Q&A] HUG 전세금 보증사고 올해만 1조원…미가입자가 더 문제
최근 전셋값 급등기에 신축 빌라·다세대서 횡행…깜깜이 시세 맹점 노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93% 감당해야…올해 피해액 1조로 작년 2배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속칭 '빌라왕' 사건처럼 서민 임차인을 상대로 한 전세 사기가 최근 일이년새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한 틈을 노려 매매·전세 시세 정보에 취약한 신축 다세대·빌라를 중심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벌이고 전세 보증금 반환 책임은 회피하는 식의 사기 행각이 횡행한 것이다.
특히 사기범들은 전세 임차인 보호 목적으로 마련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을 오히려 임차인을 안심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해 이로 인한 공적 피해액이 올해만 1조원을 넘어설 태세다.
'빌라왕' 김모씨는 수도권 빌라·오피스텔 1천139가구를 무자본으로 보유하고 있다 숨지면서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빌라왕' 사건의 쟁점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빌라왕'의 사기 수법은 무엇인가.
▲ 지난해까지 부동산 호황기에 건축주와 브로커들이 짜고 매매와 전세 시세 정보가 없는 빌라와 다세대를 신축 또는 매입해 시세(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고, 매매와 전세 차액을 나눠 갖는 전세 사기가 급증했다. 특히 이들은 소위 '바지사장'을 만들어 일정 수익(또는 수수료)을 나눠 주고, 명의를 넘기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빌라왕 김씨 역시 이러한 전세 사기에 이용된 무자본 '바지사장'이었다.
서울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 등이 대표적인 피해 지역으로 지난 10월 김씨가 사망하면서 상속 처리 절차 등으로 인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빌라 등을 매입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고, 전세 만기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자 서류상의 '유령 법인'에 빌라를 매도한 뒤 잠적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 어떻게 이런 사태가 가능했나.
▲ 지난 2년여가 부동산 호황기였던데다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전셋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웃도는 지역이 크게 증가하며 '깡통전세' 위험이 커졌고, 전셋값이 높다보니 신축 빌라나 다세대까지 전세금을 높여 받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 등은 한국부동산원 등 시세조사기관에서 시세를 제공하지 않아 사회 초년생이나 지역 사정에 밝지 못한 세입자들은 적정 시세를 판단하기 어렵고, 사기 집단들은 이런 점을 악용했다.

--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기관별 차이와 문제점은 무엇인가.
▲ 현재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공공기관으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민간 보증기관으로는 SGI서울보증 등에서 취급하고 있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보증을 HUG가 감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규모에서 HUG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93%에 달한다.
SGI와 같은 민간 보증은 임대인 1명당 가입할 수 있는 주택 수를 1채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HUG는 임차인 보호라는 공적 기능이 우선하기 때문에 임대인의 주택 수와 관계없이 선순위 채권과 전세보증금이 주택 매매가보다 높지 않으면 전세반환보증금 보증을 저렴한 수수료에 가입할 수 있다.
최근 빌라왕을 비롯한 전세사기 집단은 이런 허점을 파고 들고 있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안전하게 전세금을 지킬 수 있다'는 식으로 임차인을 안심시킨 뒤 비싼 금액에 전세를 체결하고 잠적해버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사고는 해마다 증가해 2021년 5천790억원에서 올해는 11월 현재까지 9천854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연말까지 작년의 2배인 1조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임대인을 대신해 HUG가 보증금을 갚아준 대위변제 규모도 작년 한 해 5천40억원에서 올해는 11월까지 7천690억원으로 증가했다.



-- 그렇다면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의 가입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건 아닌가.
▲ 정부는 수익이 우선인 민간 보증기관과 달리 공공기관인 HUG의 경우 임차인 보호 기능이 우선이어서 임대인의 주택수에 따라 가입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대사업자 또는 법인이 보유한 주택이 수백·수천채에 달하는데 세입자 본인의 귀책이 아닌 임대인 문제로 공적기관이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는 보증금 보호 장치를 박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시 시세 산정이 어려워 공시가격의 150%를 집값으로 인정해줬던 신축 빌라 등에 대해 지난달부터 가격 기준을 140%로 낮췄다.

-- 보증 미가입자들이 더 문제 아닌가.
▲ HUG의 전세보증금반환 보증에 가입한 임차인들은 이사가지 않고 대항력만 유지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위변제를 받을 수 있지만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들은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경매 절차를 거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경매 낙찰까지 장시간 소요될 수 있고, 낙찰 금액이 낮거나 선순위 채권이 많은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 보증 미가입자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상 파악을 하기 어렵고, 피해 규모도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정부 대책은 뭔가.
▲ 정부는 지난 9·1대책과 11월 당정 협의를 통해 앞으로 전세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이 해당 주택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은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명시하도록 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도 그 효력은 당일이 아닌 '그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하는데 그사이 임대인이 집을 매도하거나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전세계약 전 임차인이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는 체납 세금이나 대출금 등이 있는지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나쁜 임대인' 명의 공개와 함께 관련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법무부와 국토부는 지난 20일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피해 임차인에 대한 법률지원 방안을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HUG 등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주택도시기금에서 1억6천만원까지 연 1%대 저리로 긴급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자금이나 거주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에게는 HUG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등을 최장 6개월까지 시세의 30% 이하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임시거처로 지원한다.
내년 1월까지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App)'을 출시하고, 임차인 '핵심 체크리스트'도 만들어 배포한다. 전세사기 관련 정부 합동단속도 지속할 방침이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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