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명예교황 장례식 어떻게 치러지나

입력 2023-01-01 11:38   수정 2023-01-01 18:42

사상 초유의 명예교황 장례식 어떻게 치러지나
후임교황 집전하는 역사적 전임교황 장례미사
생전 바람대로 성베드로 대성전 지하묘지로
관습 따라 '삼중관'…예수재림·부활 염원하며 매장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31일(현지시간) 95세로 선종하면서 명예교황 장례식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즉위 이후 8년 만인 2013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직 교황에 대한 장례 절차는 명문화돼 있으나 그 절차가 명예교황에게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가톨릭 역사를 보면 600여년 전인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가 교황직에서 물러난 사례가 있으나 당시 관습은 현대와 너무 거리가 멀다.
게다가 그레고리오 12세는 교황 취임 전 이름을 되찾아 바티칸을 떠난 반면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내 수도원에서 명예교황 지위를 유지하며 연구활동에 몰두해왔다.
그 때문에 기본적으로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정하게 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 대한 정례 절차는 명예교황 장례식의 선례가 될 전망이다.
◇ 장례미사 후 묘지로…통상절차는 준용될 듯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일단 명예교황에 대한 장례식도 기본적으로는 현직 교황에 대한 통상적 절차를 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교황이 선종하면 장례 미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교황을 삼나무로 만든 관에 안치하고 성수로 축복한 후 얼굴 부분에 하얀 베일을 씌운다.
그 옆에는 교황 재임 당시 주조된 동전과 교황의 일생을 기록한 추도 연설문이 놓인다.
장례 미사는 관을 닫고 복음서를 그 위에 올린 채 진행된다.
미사가 끝나면 관을 지하 묘지로 옮겨 소수 바티칸 관계자가 성모 찬송가인 '살베 레지나'(Salve Regina)를 부르면서 의식을 마무리한다.

◇ 후임이 전임 장례미사 집전하는 역사적 사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절차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례 미사를 집전하면서 시작된다.
교황직은 종신직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현직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사임 뒤 '어부(초대 교황인 예수의 제자 베드로)의 반지'로 불리는 교황의 인장 반지에 이미 'X'자를 새겨넣었던 만큼 이 반지를 그렇게 파기하는 절차는 생략된다.
장례 미사가 끝나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된다.
◇ 예수 수제자가 묻힌 성베드로 성당 지하묘지로
교황은 사후 묻히고 싶은 곳을 직접 지정할 수 있는데,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전기 작가 피터 시왈드에 따르면 그는 생전 전임 교황 대다수가 잠들어 있는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제외한 전임 교황 265명 중 148명이 앞서 이곳에 안치됐으며 나중에 다른 곳으로 옮겨진 교황을 제외하면 현재는 총 91명의 교황이 해당 지하 묘지에 잠들어 있다.
역대 교황들은 초기 기독교를 이끈 초대 교황인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와 가까이 머물기 위해 그의 무덤이 있는 성베드로 성당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베네딕토 16세보다 먼저 사임한 교황인 그레고리오 12세는 사후 이탈리아 중부 지역의 한 교회에 묻혔다.

◇ 삼중관 사용할 듯…"성인 추대·정적 공격 가능성에 시신보호"
WP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다른 교황과 마찬가지로 삼중으로 만든 관에 안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중관의 가장 안쪽은 삼나무로 돼 있으며 가운데 납관에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이름과 재위 기간, 개인 문장 등이 새겨진다. 가장 바깥쪽 관은 느릅나무나 호두나무로 만들어진다.
왜 교황의 관이 삼중으로 이뤄졌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교황의 시신을 더 잘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이 같은 관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세에 교황이 막강한 정치 권력이었을 때 교황의 시신을 정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했는데 여기서 그런 관습이 유래했을 수도 있다.
나중에 교황이 성인으로 추대되면 시신을 발굴해야 할 수도 있어 시신 보존책을 마련해뒀다는 관측도 있다.
관 일부는 납으로, 일부는 나무로 구성함으로써 교황직의 권위와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교황의 모습을 모두 드러내려는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예수 재림 때 부활 염원하며 예수처럼 토굴에 매장
가톨릭에서는 교황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는 까닭에 이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수가 다시 돌아올 때 그를 믿었던 사람의 영혼은 육체와 재결합해 부활한다고 보기 때문에 시신을 화장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얘기다.
실제 일반 가톨릭 신자의 화장도 1963년 이전까지는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교황은 장기 기증을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WP는 바티칸에서는 추후 교황이 성인으로 추대될 경우 교황이 기증한 장기가 다른 사람의 몸에 남아 '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2011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비서가 쓴 편지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장기 기증 카드를 지니고 있었지만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이는 무효가 됐다.



hanj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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