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장관, 공공장소 팔레스타인 깃발 금지령

입력 2023-01-09 17:53  

이스라엘 극우 장관, 공공장소 팔레스타인 깃발 금지령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신정부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극우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공공장소에서 팔레스타인 깃발 금지령을 내렸다고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벤-그비르 장관 측은 전날 성명을 통해 "코비 샤브타이 경찰청장에게 공공장소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금지하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경찰의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직급의 경찰관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반팔레스타인 성향의 벤-그비르 장관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금지한 것은 아랍계 장기수가 출소 후 고향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983년 이스라엘 군인 납치살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40년간 복역한 아랍계 이스라엘인 카림 유니스는 지난주 출소 후 고향인 북부 아라 마을에서 환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몸에 두르기도 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런 행동이 테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법적으로 팔레스타인 깃발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찰과 군 당국은 공공질서 유지 목적으로 사용을 제한할 권한을 갖는다.
지난해 5월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취재 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알자지라 소속 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의 장례식 행렬을 강력하게 제지한 것도 팔레스타인 깃발이 등장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경찰이 벤-그비르 장관의 명령을 즉각 시행할지는 미지수다.
경찰 조직을 관할하는 국가안보장관의 직접적인 명령이 경찰청장의 권한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장 측은 이에 대한 법률 조언을 요청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신정부에 참여한 극우 정치인들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취임 초기부터 팔레스타인을 강하게 압박하거나 도발하고 있다.
극단적인 반아랍, 반팔레스타인 성향을 가진 이스라엘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대표인 벤-그비르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 3일 이슬람교도들이 신성시하는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해 아랍권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다.
벤-그비르 장관과 함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불리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부 장관은 지난 6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대한 제재를 주도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제재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적법한지에 관한 판단을 구하는 유엔 결의에 대한 보복이다.
제재에는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 건설 공사 전면 중단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이관할 관세 압류 등이 포함됐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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