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이제 러시아 불필요…푸틴의 에너지 협박 안통해"

입력 2023-01-20 16:24  

"세계 경제, 이제 러시아 불필요…푸틴의 에너지 협박 안통해"
예일대 최고경영자연구소 "대체에너지원 있는데다 겨울도 따뜻"
러시아 전 에너지부 부장관 "제재 효과 나타난다…참을성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세계 경제에 이제는 러시아가 불필요하다."
예일대 경영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CELI)의 제프리 소넌펠드 소장과 스티븐 톈 연구실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FP)의 '주장' 코너에 실은 칼럼의 제목이다.
푸틴이 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를 앞세워 유럽을 협박하려고 시도했으나, 유럽이 대체 공급원을 구하고 겨울 날씨도 따뜻한 편이어서 러시아의 협박이 실패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소넌펠드와 톈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해인 2021년에는 러시아 가스의 83%가 유럽으로 수출됐다. 러시아는 매일 700만 배럴의 석유, 연간 2천억 ㎥의 가스를 외국에 수출했으며, 이것이 연방정부 재원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또 유럽이 공급받는 가스 중 46%가 러시아에서 왔으며, 금속이나 비료 등에서도 비슷한 정도로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다.
이 탓에 푸틴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유럽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에너지를 이용해 왔다. 작년 여름부터는 유럽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를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추운 겨울철에 가스가 없어서 많은 사람이 난방을 못 하는 상황이 되면, 유럽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 이어가기가 정치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침공 1년이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볼 때 "러시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때 지녔던 경제적 힘을 영구히 상실했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유럽이 대체 공급원을 찾으면서 더는 러시아 가스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이 미국에서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의 분량은 전쟁 발발 전의 2.5배 수준인 550억 ㎥로 늘었으며, 다른 곳으로부터도 LNG를 들여왔다. 또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확보량도 늘었다.
이로인해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9% 수준으로 줄었다.
게다가 유럽의 이번 겨울이 매우 따뜻했기 때문에 비축해 뒀던 가스도 별로 줄지 않았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독일의 가스 저장 탱크는 91%가 차 있었는데, 이는 1년 전의 5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를 감안하면 유럽이 올해 구매해야 할 가스의 양은 작년보다 상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적어도 2024년까지 쓰는 데에 충분한 수준의 에너지 공급을 확보했으며,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든 대체연료든 유럽에서 가동하기 위한 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유럽은 2024년까지 2천억 ㎥ 규모의 LNG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며, 이는 재작년까지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1천500억㎥의 가스를 모두 대체하고도 남는 규모다.
또한 러시아가 공급을 옥죄면서 한때 치솟았던 글로벌 에너지 가격도 지금은 내려가 안정된 상태이며, LNG 선물시장에서는 전쟁 발발 전보다 오히려 더 낮은 가스 가격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가스를 수출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인프라 등 여러 상황으로 여의치 않은 상태다.

석유 시장에서도 러시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푸틴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사라져 가고 있으며, 유가도 전쟁 전 수준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작년 10월처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주요 산유국들과 담합해 생산량을 줄이고 원유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운 여건이 됐다.
게다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선 주요 7개국(G7) 등이 가격상한제를 적용키로 합의한 상태이며, 여기 참가하지 않고 있는 중국과 인도도 이를 활용해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는 원유의 가격을 절반 가까이 후려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부총리가 국영 TV 인터뷰에서 2023년 원유 생산량을 2022년보다 70만 배럴 줄일 수도 있다고 작년 12월 밝히기도 했다.
소넌펠드와 톈은 "푸틴은 글로벌 경제에 이처럼 혼돈과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입장이 다시는 되지 못할 것"이라며 푸틴이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던 에너지와 자원 수출을 스스로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끝이 눈에 들어온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전쟁터에서의 전쟁은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적어도 경제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의)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과 별도로, 블라디미르 밀로프 전 러시아 에너지부 부장관은 18일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 어페어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자유 러시아 재단'의 부총재를 맡고 있는 밀로프 전 부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측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믿음이 퍼져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 수치에 비해 다른 통계 수치를 보면 훨씬 더 경제 위축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작년 10월을 기준으로 러시아가 석유와 가스 수출을 제외한 다른 수입원으로부터 거둔 수익은 1년 전 대비 20% 감소했다. 또 작년 러시아 자동차 업계의 생산량이 1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제조업이 서방 측 제재로 큰 타격을 받았다.
밀로프는 "소련 붕괴가 보여 주듯이,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일반인들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기만 하면 변화는 빨리 일어날 수 있다"며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참을성을 갖고 이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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