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 vs "민간용"…정찰풍선 사태로 美中, 대화모드에 또 제동

입력 2023-02-04 02:39   수정 2023-02-04 15:24

"정찰" vs "민간용"…정찰풍선 사태로 美中, 대화모드에 또 제동
상황관리 기대됐던 美국무장관 방중 취소…북핵협력 기회도 놓쳐
양국 불신 깊고 정치권 강경대응 압박에 대화 복원 쉽지 않을 듯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사태로 당초 계획됐던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전격 연기되면서 대화 분위기로 가던 미중관계에 다시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최근 양국은 전략적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양자관계를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영공 침범이라는 민감한 안보 문제가 불거지고 이를 계기로 미국 정치권의 대중 강경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분간은 냉각기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양국간 갈등 현안은 물론이며 한국에 중요한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 협의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금 중국을 방문하기에는 여건이 적합하지 않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미중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1월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뒤로 그간 양국 간 갈등으로 사실상 중단된 정부 간 협의를 재개해왔다.
특히 외교 수장인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양국간 전반적 이슈를 다룰 것으로 예상돼 향후 미중관계를 가늠할 주요 외교 이벤트로 간주돼왔다.
외교가에서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이 작년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급속히 나빠진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방안을 논의하며, 기후변화와 북핵 문제 등 공통 과제에서 협력을 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블링컨 장관도 "미국과 중국이 매우 격렬하게 경쟁하면서도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과 미중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할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당장은 양국 모두 정찰풍선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나 미얀마, 대만 등 역내 현안에 대한 미중 대화가 후퇴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 여건상 지금 베이징을 가는 게 도움이 되거나 건설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솔직히 말해 현 상황에서는 우리가 다룰 현안이 매우 좁아졌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한국 입장에서는 미중 고위급 협의를 통해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낼 기회를 잃은 셈이 됐다.

다만 미국도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자제하는 등 상황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것은 막으려는 모습을 보이며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고위당국자는 "외교가 우리의 가장 복잡한 양자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중국과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또 여건이 허용하는 대로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양국간 불신의 뿌리가 깊은 데다가 이번 정찰풍선의 성격과 영공침범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해법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정찰풍선의 비행 노선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이트 등 안보민감지역이 있음을 강조하며 군사적 목적의 정찰을 침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문제의 풍선이 '민간용 비행선'으로 기상 등 과학 연구용이나 서풍에 휩쓸리는 등 불가항력적인 사고 탓에 미국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해명하고 있어 간극이 크다.
또 미국 정치권의 반중정서도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벌써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도 안보와 관련해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 때문에 당분간 중국과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의 유감 표명에 주목한다면서도 "국제법뿐만 아니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중국의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전날 트위터에서 "미국의 주권을 뻔뻔히 무시하는 중국의 불안정한 행동에 대응해야 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 '갱 오브 에이트'(Gang of Eight) 브리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8명의 갱은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과 야당 부위원장, 상원 정보위 위원장과 야당 부위원장, 하원의장, 하원 여당 원내대표, 상원의 여야 원내대표 등 기밀 브리핑을 받을 수 있는 상·하원의 여야 지도부를 의미한다.
하원 중국특위의 민주·공화 지도부는 공동성명을 내고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며칠 앞두고 미국 주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최근 외교적 접근이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중국공산당의 위협이 먼 장소에 국한된 게 아니라 우리 본토에도 있으며 우리가 위협에 맞서 행동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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