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비상등 켜진 한국 경제…시간 지나면 해결될 문제 아니다

입력 2023-02-09 14:34  

[연합시론] 비상등 켜진 한국 경제…시간 지나면 해결될 문제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내렸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보다는 좀 낫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KDI는 하향 조정의 이유로 수출 부진과 소비 둔화를 꼽았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역대 최대인 약 127억 달러를 기록했다. 11개월째 적자 행진이다. 내수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물가가 요동치고 금리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요금까지 급등하고 있다. 전기·가스·난방비 등의 연료 물가는 지난 1년 새 무려 32%나 올랐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 또한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소위 '영끌족'은 가격 급락에 따른 심리적 위축에 더해 눈덩이처럼 커진 이자 부담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실물 경제의 불안이 금융 시장으로 전이될 위험성도 있다.

KDI는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하반기 전망치는 2.1%에서 2.4%로 올려 연간 전체로는 기존의 1.8%를 유지했다. 정부(1.6%), 국제통화기금(IMF·1.7%), 한국은행(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등의 예측과 비슷한 수치이다. '상저하고'를 예상한 결정적 배경은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이다. 리오프닝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하반기에 수출과 내수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경제의 특성이나 중국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일리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외 여건의 부분적 변화만으로 우리 경제가 완연하게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KDI 스스로도 이틀 전 내놓은 '경제 동향 2월호'에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달 발간되는 이 보고서의 표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 완만, 회복세 약화, 둔화 가능성 고조, 둔화 심화 등으로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경제 앞에 국제 정세 불안, 보호 무역주의 대두, 코로나 사태, 세계적인 물가·금리 상승 등의 악재가 켜켜이 쌓여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환경 변화를 기다리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모든 경제 주체가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우선 정부는 개혁에, 기업은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를 누차 공언했으나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 사회 곳곳의 불합리를 제거해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기업, 특히 주요 대기업들은 그간의 성과에 안주하거나 단기 안정성에 매몰돼 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위기관리에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동시에 긴 안목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 성장 잠재력에 치명적인 인구 감소, 그리고 양극화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지금의 복합 위기는 때가 되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상황이 더욱 악화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정치권도 더는 엉뚱한 데 힘을 쏟지 말고 국가의 근본인 민생을 보듬는 데 집중해주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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