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중국·군사는 러시아'…반미 연대 중심으로 나서는 이란

입력 2023-02-16 22:03  

'경제는 중국·군사는 러시아'…반미 연대 중심으로 나서는 이란
핵협상 교착으로 인한 경제 위기 중국에서 '숨통'…전방위 협력 약속
상하이협력기구 정회원국으로 고립 돌파 노려…"브릭스 확대에도 힘 보탤 것"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과 중국의 관계는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더욱 끈끈해졌다.
내부적으로 최악의 경제난과 반정부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란은 중국과 밀착함으로써 서방 제재를 무력화하고 경제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이란 정부는 '서방에 의존하지 않는 나라'를 기치로 내걸고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들을 잇는 반미 연대의 중심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을 사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에 "이란의 외교정책 방향은 이웃 국가와 신뢰를 구축하고 아시아와 경제적 융합을 이루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중 기간 경제·과학기술·농업·군사·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개의 협약을 맺었다면서 "중국과 좋은 대화를 했고, 결실에 따른 효과적인 후속 조치로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서방과 핵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경제난이 가중된 시점에서 이뤄졌다. 여기에 '히잡 시위'로 국민들의 불만에 극에 달한 상황이다.
경제도 어려워 이란의 물가 상승률은 정부 발표치가 50%에 달한다. 미국의 달러화 대비 이란 리알화의 환율(비공식 시장환율)은 45만 리알을 넘겨 지난 5년 사이 10배 넘게 폭등했다.
이란은 에너지가 풍부하지만, 제조업의 원료나 부품을 수입에 상당히 의존하기 때문에 자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란 서민의 민생고가 심해진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깨고 대이란 제재를 전면 복원하면서 서방과의 경제 교류가 사실상 끊기자 이란은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경제적으로 밀착한 양국은 이미 2021년 '포괄적 협력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에는 이란이 중국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고, 중국은 25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라이시 대통령의 이번 방중으로 양국은 이 협정의 시행 계획을 구체화했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모하마드 잠시디 대통령실 고문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라이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5년간의 포괄적 협력 계획 시행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제재로 서방과 경제 교류가 어려운 이란의 최대 무역국은 중국이다.
에너지 리서치 업체인 보르텍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2월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했다. 이는 전년 동월보다 130% 늘어난 수치다.
국영 IRIB 방송은 논평에서 이번 방중은 라이시 행정부의 '동쪽을 향한 정책'(Look East Policy)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IRIB는 이 정책은 중국과 러시아와 같이 이란과 이해관계를 공유한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제재를 무력화하고 미국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도 근래 더욱 가까워졌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드론을 제공한 사실도 공식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지난달 이란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차세대 전투기 SU-35가 올봄 이란에 도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중국·러시아는 매년 인도양에서 합동 해상 훈련을 시행함으로써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올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식 회원국이 됨으로써 반미 연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시 대통령 방문 기간 중 중국은 이미 결정된 이란의 SCO 가입을 환영했다.
이란은 중국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확대 제안을 환영하며 자신들도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방송은 전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SCO 회원국들과 천연가스 매장량 2위 국가인 이란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서방의 일방주의를 깨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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