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베네수엘라 관광 홍보?…알고보니 AI 딥 페이크 영상

입력 2023-03-03 11:56  

미국인이 베네수엘라 관광 홍보?…알고보니 AI 딥 페이크 영상
"'SNS 장악 시도' 베네수엘라 정부가 배후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베네수엘라 국영 VTV는 최근 영어를 쓰는 앵커들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호의적인 소식을 보도하는 미국 뉴스 채널 영상을 내보냈다.
VTV 방송 진행자들은 이런 뉴스가 베네수엘라가 아닌 '하우스 오브 뉴스'라고 불리는 미국 유튜브 언론사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를 전하는 '데런'과 '노아'라는 이름의 이들 미국인 앵커가 실제 인물이 아니라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만든 진짜 같은 '딥페이크(deepfake·합성조작) 앵커로 드러났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베네수엘라에서의 정보 조작을 추적하는 비영리 기관인 '가짜뉴스 사냥꾼'(Cazadores de Fake News)의 아드리안 곤살레스 대표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AI 스타트업 신세시아(Synthesia)가 제작한 아바타 '데런'과 '노아'가 등장하는 '하우스 오브 뉴스'의 친(親) 베네수엘라 뉴스는 지난 달 초부터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 가상 앵커들은 얼핏 보면 실제 사람 같아 보이지만 서툰 문법과 발화 지연 등의 허점을 드러내는 한편 빈부격차, 이민문제 등 베네수엘라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전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기조와 주제 면에서도 꼭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의혹을 샀다고 곤살레스 대표는 설명했다.
곤살레스 대표는 "가령 이 채널은 최근에는 베네수엘라가 중남미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나라라고 전했는데, 이는 경제적 부흥을 위해서는 관광산업이 '비밀 병기'라고 강조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정보 조작을 조장하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채널이 별안간 정부의 주요 방침을 선전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WP는 '하우스 오브 뉴스'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불분명하며 지난 1월 26일 개설돼 71만6천회가 시청된 것으로 나타난 이 채널의 유튜브 개정에는 관련 웹사이트 주소나 연락처 등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딥페이크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대한 장악을 부쩍 강화하려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움직임과 연계돼 있다고 WP에 지적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언론과 언론인들이 공공연히 탄압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소셜미디어는 언론 자유의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한편, 보통 기업들의 교육용 영상이나 부동산 안내 영상들에 사용되는 자신들의 아바타가 '딥페이크'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접한 신세시아는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된 우리의 창조물을 사람들이 잘못 사용된 것을 보게 돼 유감"이라며 사과했다.
이 회사의 아바타가 정보 조작에 동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그래피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울프 뉴스'(Wolf News)라는 친중국 가상 매체에서 활동하는 남녀 앵커가 중국 친정부 배우를 모방해 합성 조작된 가상 인물임을 확인했으며, 이들은 신세시아의 프로그램으로 합성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 버클리)의 딥페이크 전문가인 하니 파리드 교수는 이와 관련,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런 에피소드들은 AI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리드 교수는 "우리는 이런 기술을 개발해 인터넷에 공개하고,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며 "그리고는 뒤에 앉아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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