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재앙 후 37년…'체르노빌 떠돌이 개들' 유전학연구 나왔다

입력 2023-03-04 12:33  

핵재앙 후 37년…'체르노빌 떠돌이 개들' 유전학연구 나왔다
'방사선 노출이 유전에 미치는 영향' 밝히는 '첫 단추'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37년 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버려진 땅에 살고 있는 떠돌이 개들에 대한 최초의 유전학적 연구 성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이런 연구를 통해 방사선 노출의 유전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옛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1986년 4월 26일 폭발과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변에 방사성물질이 다량으로 누출됐다. 당시 사고 직후 30명의 직원이 숨졌으며, 장기적 영향까지 합하면 사망자가 수천명에서 수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현장인 원전 부지 주변 2천600㎢는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Chernobyl Exclusion Zone)으로 지정돼 있다.
이 지역에는 사람들의 돌봄을 받지 않아 야생화한 개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확실치 않다.
지역 주민들이 키우던 개들의 후손인지, 아니면 사고 당시 현지 개들은 모두 죽어버려 대가 끊기고 다른 곳에서 새로 개들이 유입된 것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이 개들은 방사능 오염 지역의 척박한 여건 속에서 여러 대에 걸쳐 살아 왔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3일(현지시간) '체르노빌의 개들: 핵 출입금지구역(the nuclear exclusion zone) 내에 서식하는 개체군들에 대한 인구학적 통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은 이 구역에 서식하는 개들 중 302마리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유전적 구조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체르노빌의 개들'은 사고 현장인 체르노빌 원전 부지 내와 이로부터 남쪽으로 15km 떨어진 체르노빌 시티 등에 살고 있었다.
분석 결과, 체르노빌의 개들은 순종 개들이나 다른 자유 교배 집단과 구별되는 유전적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친족관계를 분석한 결과 체르노빌의 개들 내에 15개의 '가족'이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가족은 방사능 출입금지구역 내의 모든 샘플 채취 장소에 걸쳐 발견됐다.
분석 결과 원전 부지와 체르노빌 시티 사이에 개들의 이동이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이 체르노빌에 사는 가축화된 생물종의 특성을 밝힌 최초의 연구라며 "장기간에 걸친 저선량 전리방사선(ionizing radiation) 노출의 영향을 유전학적으로 연구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15세대 동안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느냐?"라는 핵심적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이 논문의 교신저자 겸 공동 주저자인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 소속 일레인 오스트랜더 박사는 AP통신에 설명했다.
AP에 따르면 공동 주저자인 티머시 무소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체르노빌 주변 지역에서 현장연구를 해 왔으며, 2017년께부터 이 지역 개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유전적 변화에 대한 분석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무소 교수는 체르노빌의 개들에 대해 "야생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인간과의 교류를 즐거워한다"며 "특히 음식이 있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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