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해법] 내용도 형식도 기대 못 미친 日 과거사 반성

입력 2023-03-06 17:04   수정 2023-03-07 21:16

[강제징용 해법] 내용도 형식도 기대 못 미친 日 과거사 반성
총리·외무상, '사죄·반성' 언급 없이 "한일 공동선언 계승"
국회 답변·약식 기자회견으로 대응…"日, 역사 직시할 생각 없어"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측에 '성의 있는 호응'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6일 일본 정부의 과거사 관련 의견 표명은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표현이 전부였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이날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정부 산하 재단을 통해 징용 판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 그에 따른 호응 조치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새로운 사과나 반성도 아닌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발표에서도 정작 담화에 담긴 단어인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한일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며 한국과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여러 방면에서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기시다 총리는 '반성과 사과'를 총리가 직접 말해서는 안 된다는 집권 자민당 의원의 질문에 "양국 외교당국 간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이 언급한 한일 공동선언은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결의해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린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피해를 본 아시아 사람들에게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의사를 나타낸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달리 한일 공동선언은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반성과 사죄를 한 점이 특징이었다.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5년 아시아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고, 간 나오토 전 총리도 2010년 한국 식민 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피해를 언급하면서 사죄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면서도 후대에 사죄를 계속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은 아시아 전체가 아닌 한국을 상대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한일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고 이날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사죄'와 '반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징용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고, 이번 소송도 한국이 국내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므로 일본 정부가 새삼스럽게 사죄를 표명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해결책을 설명한 점을 고려해 기시다 총리 대신 박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하야시 외무상이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측 발표에 대응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야시 외무상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의 오전 일정이 끝난 뒤 진행한 약 6분간의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했는데, 내용은 물론 형식상으로도 '성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 현대사를 전공한 오타 오사무 도시샤대 교수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스가, 기시다 정권은 역사 문제에서 시대에 역행해 왔다"며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학계 관계자는 "한국인들은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일본군 위안부와 노무자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이 기존 담화를 부정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사죄와 반성에 걸맞은 발언과 행동을 계속해서 보여줘야 진정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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