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장, 美엔 강경·유럽엔 유화…對서방 갈라치기

입력 2023-03-07 17:55   수정 2023-03-07 18:33

中외교부장, 美엔 강경·유럽엔 유화…對서방 갈라치기
'정찰풍선' 갈등과 미국의 대중국 제재 등 반영된 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7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첫 내외신 기자회견 메시지에서는 미국과 유럽에 대한 '톤'의 차이가 감지됐다. 상대적으로 미국에는 강경했고, 유럽에는 유화적인 '분리대응' 기조가 읽혔다.
친 부장은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라는 표현에 "말의 함정"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미국에 대한 그의 이날 발언은 본인이 전랑외교의 상징적 인물로 불리는 이유에 설득력을 더했다.
작년 말 외교부장 부임 직전까지 주미대사로 재직해 자국 내에서 '적을 아는 장수'로 평가받는 친 부장은 미국이 미중 충돌 방지를 강조하며 자주 거론하는 용어인 '가드레일'과 할리우드 영화 제목인 '늑대와 춤을'을 차용해가며 장시간에 걸쳐 미국을 비판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 "충돌", "재앙적 결과" 등과 같은 강경한 표현을 썼고, 미국을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심한 반칙으로 상대 선수를 장애인으로 만드는 극악한 선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반면 유럽에 대해서는 양측이 전략적 이익에 기반한 독립적 관계이며, 제3자에게 의존하거나 구속받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에 대한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든 중국은 항상 유럽연합(EU)을 전면적 전략 파트너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반기 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전방위적 대 중국 압박에 균열을 내겠다는 의중이 친 부장 발언에서 읽혔다.
이날 "러시아와의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가 더 높은 수준으로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발언의 수위가 중러 관계에 대한 서방의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지점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친 부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제까지 러시아, 우크라이나 어느 쪽에도 무기 지원을 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은 미국과 경제·기후변화 등 관련 몇몇 당국 간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유럽에는 지난달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파견하는 등 미국·유럽에 동시에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달 초 불거진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 속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연기되고, 미국이 대중국 직접 제재의 고삐를 한층 더 당기는 상황에서 미중 관계 개선의 현실적 한계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이번 회견에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당장 어렵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는 중국의 기류가 친강 부장 발언 곳곳에서 읽혔다.
본격적으로 미국과 강대강으로 맞서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진핑 집권 3기가 공식 출범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내 메시지 측면을 중시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친 부장은 올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매개로 중국 주변 개발도상국들을 우군으로 만드는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올해 정상외교 일정에 대해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와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 소개한 것이다.
미국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은 일대일로 정상포럼 등을 통해 맞불성 '세 과시'를 하게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친 부장 회견을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 시간을 미국 관련 사안에 사용했는데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미국을 중시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단, 중국은 현재의 국제질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다자주의(중국식 표현은 '다변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기존 국제 질서를 바꾸는 데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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