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중국 무역 재개와 핵추진 잠수함까지 모두 얻은 호주

입력 2023-03-11 07:07  

[특파원 시선] 중국 무역 재개와 핵추진 잠수함까지 모두 얻은 호주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난달 15일 호주 의회에서는 야당인 녹색당의 데이비드 슈브리지 상원의원과 페니 웡 외교부 장관의 설전이 벌어졌다.
슈브리지 의원은 미국의 B-52 폭격기가 호주 공군기지를 이용할 때 핵탄두가 실려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남태평양 국가 간 비핵화 조약인 '라로통가' 조약을 준수해야 한다며 미군의 폭격기가 호주 공군기지를 이용할 때는 핵무기를 탑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에 그레그 모리아티 국방 차관은 "호주가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라면서도 "특정 장비에 핵무기가 존재하는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미군의 정책이며 역대 모든 호주 정부가 이를 존중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슈브리지 의원은 집요하게 확인을 요구했고, 웡 장관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당신의 질문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것뿐이며 책임감 있는 발언이라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사건을 놓고 호주에서는 슈브리지 의원을 비난하는 여론이 컸다. 관련 기사에는 '중국 때문에 불안한데 미군의 핵탄두 덕분에 안심이다', '녹색당이 우리 군 시설에 얼씬도 못 하게 해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호주인들이 얼마나 중국에 위협을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근 들어 호주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상상 이상이다. 진보 성향의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조차 자체 군사 전문가 패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3년 내 호주와 중국이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보도를 했다.

과거 호주와 중국은 밀월 관계였다. 중국에 대한 호주의 수출 의존도는 40%에 육박할 만큼 컸다. 중국은 호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유학생을 보냈다. 호주에서는 한국처럼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두 나라 관계는 2017년부터 흔들렸다. 중국의 대규모 부동산 투자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거액의 중국계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과도한 친중 정책이 펼쳐진다는 고발성 보도도 나왔다.
중국 유학생이 호주 대학에서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학생들을 집단 구타하는 모습에 호주인은 경악했고, 코로나19 대유행까지 이어지며 반중 정서는 커졌다.
경제 관계도 파탄으로 치달았다. 호주는 2018년 미국의 요청에 발맞춰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했다.
이에 중국은 호주산 석탄, 소고기, 와인 등의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다. 한국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이상이었다.
힘들어진 호주 경제계에서는 중국과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경제만 보고 중국에 굴종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컸다. 호주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참여하는 등 반중 노선을 강화했다. '안미경중' 체제에서 '친미반중'으로 돌아섰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경제면에서 호주와 중국 사이는 해빙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은 2년 만에 호주산 석탄 수입을 허용하는 등 각종 수입 제한 조치를 풀고 있다. 사실 중국이 보복 조치를 풀었다기보단 석탄 부족 등으로 급해진 중국이 호주에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안보 면에서 호주의 반중국 정책은 더욱 강해졌다. 호주는 최근 정부 건물에 설치된 중국산 폐쇄회로TV(CCTV)와 영상기록장치 등을 모두 철거했으며, 필리핀과 남중국해 공동 순찰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오커스 동맹을 통해 핵 추진 잠수함까지 손에 넣게 됐다. 현재 핵 추진 잠수함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만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진 '친미반중' 결단이 호주의 이익으로 점철되는 형국이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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