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재건축해야"…규제완화에 서울 전역 정비사업 속도전

입력 2023-03-13 05:55  

"이번에 재건축해야"…규제완화에 서울 전역 정비사업 속도전
안전진단 풀리자 정비구역 추진 봇물…신탁사·건설사도 수주 경쟁
여의도 개발계획 발표 임박…목동·상계·송파 동시다발 재건축 추진
모아타운·역세권까지 '서울 전역 개발중'…"공급확대 바람직해도 속도조절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의 웬만한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을 안하는 곳이 없을 정도예요. 저층 빌라촌은 너도나도 모아타운 아니면 역세권 사업 추진 깃발을 꽂아요. 지난 정부 때는 사업 검토 의뢰가 한 달에 한 건이나 있을까 말까 였는데 지금은 매일 2∼3곳을 다녀야 할 정도입니다."
서울의 한 정비사업자의 말이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정비사업이 봇물 터지듯 추진되고 있다.
안전진단 신청은 물론 정비구역 지정 등 사업 추진을 앞당기기 위해 속도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활성화가 서울 등 도심지역의 주택 공급 확대에는 도움이 되는 반면, 한꺼번에 사업이 몰릴 경우 공급과잉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 여의도·목동·상계동·송파 등 동시다발 재건축…출구 열렸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14개 아파트지구를 폐지 또는 축소하기로 한 서울시는 이달 중 아파트지구였던 여의도 일대의 용도지역 상향과 복합개발 등을 골자로 한 개발계획(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말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최고 65층 높이의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며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들어간 데 이어 역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한양아파트도 최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이 확정되면서 재건축을 본격화했다.
또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상태에서 정체돼 있었던 여의도 미성아파트가 다시 재건축 추진에 나섰고, 수정·삼익·은하·장미·화랑 아파트 등은 추진위 설립을 위한 동의서 걷기에 나서는 등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지은지 50년이 넘도록 재건축 사업에 진전이 없던 여의도 일대가 새 정부와 서울시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덕에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여의도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노후 아파트 단지마다 시공사, 신탁사 등의 재건축 축하 현수막이 안 걸린 곳이 없을 정도"라며 "새 정부 들어 용적률, 층수 등 규제가 풀리니 이번 기회에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양천구에서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올해 1월 목동 신시가지 3·5·7·10·12·14단지 및 신월시영, 지난달 말 신시가지 1·2·4·8·13단지 등 12개 단지가 각각 무더기로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첫걸음을 뗐다.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신시가지 9·11단지도 조만간 안전진단을 신청할 예정이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체가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분위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단지마다 재건축 준비위원회 등이 마련한 주민 사업설명회가 거의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목동 7단지는 지난 1월부터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동의서 징구에 나선 데 이어 지난 달 16일에는 소유자 대상 재건축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어 이르면 이달 말에는 신탁 사업 방식과 조합 방식에 대한 비교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목동 7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목동 택지개발지구만 해도 14개 단지 2만6천여가구의 재건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재건축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일대 30년 이상된 중층아파트도 단지들도 일제히 재건축에 나섰다.
5천500여가구가 넘는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가 지난달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4천500가구에 육박하는 올림픽훼밀리타운도 1월에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잠실의 대표적인 부촌 아파트 단지인 아시아선수촌도 최근 안전진단 재추진에 나섰다.
노원구에서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밀집한 상계동은 물론 중계동으로 재건축 바람이 번져 안전진단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추진중인 193개 단지 가운데 최근까지 38개 단지 약 6만가구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으로 추산한다.
사업 초기 단계지만 건설사와 신탁사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 전부터 일찌감치 직원이 찾아와 조합원 민심 잡기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시가 올해 7월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를 종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기면서 시공사 선정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서울에만 사업시행인가 이전 재건축 단지가 줄잡아 100여곳은 될 것"이라며 "입지좋은 단지의 시공권을 선점하기 위해 조합인가 받기 전 단지까지 찾아다니며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빌라 밀집지는 너도나도 '모아타운', 신도시 특별법 추진에 리모델링 단지 대혼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서울의 소위 빌라촌에서는 모아타운 사업 추진이 줄을 잇고 있다.
모아타운은 서울시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정비하는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2021년부터 공모를 시작해 대상지 65곳을 선정한 상태다.
또 이달부터는 수시 신청으로 전환하고, 2025년까지 대상지 35곳 이상을 추가로 선정한다는 방침이어서 모아타운 대상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후 다세대·연립 밀집지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어려웠는데 시가 모아타운 추진으로 용도지역 상향을 통한 용적률 확대, 층수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하니 너도나도 신청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서울 비강남권의 웬만한 노후 빌라촌에서는 모아타운 추진위가 설립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은평구 등 역세권 일대 노후 주거지역에선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사업 신청이 줄 잇는다.
시가 역세권 준주거지역의 35층 층수 규제를 없애고 용적률은 최대 500%에서 700%까지 높여주기로 하면서 종상향에 따른 사업성 개선 덕분이다.
은평구 불광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불광·녹번동 일대 역세권 사업을 추진하는 곳들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 1년 새 서울에서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을 신청한 곳이 줄잡아 50곳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일산과 평촌, 분당 등 신도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대혼란이다.
정부가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특별법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하면서 기존에 용적률 등의 문제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전환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는 것이다.
이미 건축행위허가를 받은 리모델링 단지는 어쩔 수 없지만 아직 건축허가 전 단계에서는 경우에 따라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받아 재건축으로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던 강선마을 14단지는 지난 1월 현대건설[000720]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정부의 신도시 특별법 추진으로 일부 소유자들이 리모델링 반대동의서 걷기에 나서며 갈등을 빚고 있다.
고양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신도시 특별법으로 용적률이 300∼500%까지 높아진다고 하니 리모델링을 계획했던 단지들이 재건축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술렁일 수밖에 없다"며 "리모델링 초기 단지는 재건축으로 돌아설 수도 있고, 재건축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한동안 사업 추진의 동력이 떨어지는 등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도심내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지금 도시정비 시장은 지난 정부에서 과도한 규제로 사업이 억눌려있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나치게 과열되는 분위기"라며 "사업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시장에 단기 공급 과잉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전세난 등 후폭풍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속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공사비 갈등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을 고려하면 정비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결국에는 사업 추진이 잘될 곳과 안 될 곳이 가려질 것"이라며 "다만 송파구 일대와 목동·여의도·상계동 등 대규모 재건축 추진 지역에서는 주변 전세·매매시장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과거 5개 저밀도지구 재건축 때처럼 관 주도의 시기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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