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로 번진 SVB 불길…세계금융 불안 증폭·아시아증시 하락(종합)

입력 2023-03-16 17:20  

CS로 번진 SVB 불길…세계금융 불안 증폭·아시아증시 하락(종합)
세계 9대 IB 중 하나…"주요 은행들과 긴밀히 얽혀있어"
미국·유럽 당국, 금융권 CS 관련 위험노출액 규모 파악 나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이도연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충격이 그간 경영난을 겪어온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로 밀어닥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중소은행인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잇따른 붕괴 이후 미 당국이 이들 은행의 모든 예금을 보호해주기로 하는 등 진화에 나서면서 다소 진정되는 듯 보였지만, 이들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훨씬 큰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로 인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장중 전장 대비 30.8%까지 빠졌다가 스위스 당국의 유동성 지원방침 발표 이후 24.2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으며, 고객 자금 유출이 아직 계속되는 상태라고 발표해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이어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현재로서 크레디트스위스와 SVB 상황이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SVB 붕괴 이후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감이 부각하면서 주식 투매도 심해졌다고 미 CNN 방송은 설명했다.
지난해 시작된 각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마르고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 보유자산의 평가가치가 하락하는 등 이들 은행이 직면한 거시경제 환경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167년 역사의 크레디트스위스가 자산 규모 약 5천억 달러(약 656조원), 전 세계 직원 수 5만명에 이르는 이른바 '세계 9대 IB'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 30곳에도 포함된다.
따라서 크레디트스위스가 무너질 경우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틈새시장에서 영업해온 SVB 등 중소은행의 파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컨설팅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엄 유럽경제 이코노미스트는 "크레디트스위스는 (SVB보다) 훨씬 더 세계적으로 연결돼있고, 스위스 이외에 미국 등지에도 다수의 자회사가 있다"면서 "(크레디트스위스 위기는) 스위스만이 아닌 세계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미 조지워싱턴대 로스쿨의 아서 윌머스 교수는 "대다수 사람이 (은행권 위기가) 몇몇 지역은행에 한정될 것으로 생각한 게 순진했다. 은행시스템 내 충격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면서 "매우 큰 규모의 은행들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천억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위스 당국이 크레디트스위스와 은행 안정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스위스 사업 부문을 분사하거나 기업을 스위스의 경쟁 IB인 UBS그룹에 매각하는 방안, 스위스 정부의 크레디트스위스 지분 매입 등도 가능한 옵션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4.61%,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4.37%,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3.83%,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3.58%,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27% 각각 급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87%)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0.70%)도 하락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유럽 은행주 시가총액이 750억 달러(약 98조원) 가까이 증발하는 등 위기 전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 내 다른 은행들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아시아 금융주도 16일 매도세가 하루 만에 재개되며 급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금융 주가지수는 이날 장중 2% 하락했고 일본 도쿄증시의 토픽스 은행지수는 3.26% 떨어졌다.
그러나 크레디트스위스가 스위스 당국으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기로 하면서 낙폭을 일정 부분 만회했다.
일본의 미쓰비시UFJ 금융그룹(-2.77%)과 스미토모미쓰이 금융그룹(-2.65%) 등도 장중 낙폭을 줄였다.
전체 아시아 증시도 크레디트스위스 사태로 인해 약세를 보였다.
한국 코스피는 0.08% 하락한 2,377.91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0.80%, 대만 자취안지수는 1.08% 각각 내렸다.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1.12%), 선전성분지수(-1.53%)도 일제히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4시 22분 현재 1.80% 하락한 19,187.93에 거래되고 있다.
펀드 정보업체 모닝스타의 마이클 맥대드 선임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아시아에는 크레디트스위스처럼 시장의 우려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은 없지만, 금리 하락 전망은 일본 은행주에는 악재이며 달러 유동성 문제는 언제나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같은 시간 전장보다 0.58엔 내린 132.133.02엔을 기록하고 있다. 역시 안전자산인 금값은 온스당 0.42% 오른 1916.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3원 오른 1,313.0원에 마감했다.
유럽 선물지수는 유동성 지원 소식에 상승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STOXX) 50 지수 선물은 같은 시간 1.81%, 미국 나스닥 100 지수 선물은 0.14% 각각 올랐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별 크레디트스위스와 관련된 자금 규모,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 재무부도 미국 은행들에 대해 크레디트스위스와 관련된 자금 규모 검토를 주문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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