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FdI, 대리모 통한 해외 출산 처벌 법안 발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대리모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페데리코 몰리코네 하원 문화위원장이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방송 'La7'과 인터뷰에서 돈을 주고 대리모를 구하는 행위는 "소아성애보다 더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고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인 그는 "우리는 집의 색상을 고르듯 아이를 고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 인구의 약 74%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는 2016년 서유럽에서 마지막으로 동성 간 '시민 결합'을 허용했다.
큰 진전이긴 했지만 시민 결합으로 맺어진 동성 커플은 이성 부부와 비교해 여러 제약이 많았다.
특히 동성 커플이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가져도 커플 중 한 명에게만 친권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가 사망하거나 부부 관계가 깨질 경우 친권을 인정받지 못한 쪽은 양육권을 잃는 등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낳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성 커플이 법원 소송을 통해 공동 친권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 과정에는 몇 년씩 긴 시간이 걸렸다.
북부 도시 밀라노는 이탈리아 대도시로는 유일하게 전통적인 아버지/어머니 호칭 대신 부모 1/부모 2로 명시할 수 있는 정책으로 동성 커플의 공동 친권을 인정했으나 최근 이탈리아 내무부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지난 14일 중앙 정부로부터 동성 커플의 자녀 입양 등록 업무를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제1당인 FdI는 최근 대리모 행위를 '보편적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비록 대리모 행위가 합법인 국가라고 할지라도 해외에서 대리모를 구하는 이탈리아인은 처벌 대상이 된다.
이탈리아는 현재 대리모 행위가 불법이라서 많은 동성애 커플이 합법인 국가에서 해외 출산을 시도하고 있다.
FdI 소속의 파비오 람펠리 하원 부의장은 지난 19일 "일부 동성 커플이 자신들을 부모라고 속이고 있다"며 "동성인 두 사람이 아기를 호적에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국경 밖에서 대리모 행위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에우제니아 로첼라 가족, 출산, 평등기회 담당 장관도 람펠리 부의장의 발언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로첼라 장관은 "두 명의 아버지가 모두 부모라고 말한다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대리모는 곧 어린이 시장이다. 대리모가 합법인 국가에서는 그 자체가 거대한 산업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동성 커플의 자녀가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들은 이성 부부의 자녀와 동등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와 야당은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멜로니 총리가 집권한 이후 동성애자 권리 보호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8일 밀라노에서는 정부의 동성애자 부모의 친권 제약에 항의하기 위해 수백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2020년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설립된 이탈리아 게이당(Partito Gay)은 "약 20명의 어린이가 밀라노에서 입양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부당하고 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제1 야당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이번 시위에 참석해 정부가 동성애 커플 자녀를 잔인하게 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동성 부모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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