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시대, 작가 푸대접" 美 노조 16년 만에 파업 예고

입력 2023-05-01 11:41  

"스트리밍 시대, 작가 푸대접" 美 노조 16년 만에 파업 예고
OTT로 시리즈당 제작편수 축소, 유통경로 변화…급여 수준 하락
할리우드 작가 파업은 미디어 산업 개편 신호탄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미국 할리우드 영화·방송 산업의 한 축인 시나리오 작가들이 스트리밍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신들의 노동이 평가절하되고 있다며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화관, 텔레비전 상영에서 DVD 판매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유통 시스템이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위주로 대대적인 변혁을 겪은 데 따라 작가들에 대한 보수체계도 이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NYT에 따르면 미국작가조합(WGA)이 제작사들과 맺은 기존 계약은 이달 2일 정오를 기해 만료될 예정이다.
이 계약 내용에 따르면 특정 TV 작가들의 최저 주급은 7천412달러(약 994만원)로 책정돼 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 체제로 들어선 이후 작가들의 업무 일수 자체가 줄어들게 돼 문제라는 것이 WGA의 입장이다.
예전에는 드라마·시트콤 등 TV쇼의 경우 22편 혹은 24편, 길게는 26편으로 구성됐고 작가들은 연간 40주가량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디즈니플러스 등 OTT로 방영되는 시리즈 길이가 8∼12회 정도로 짧아졌고 작가들의 업무 기간도 24주 정도로 반토막이 났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작품이 흥행하는 데 따라 나눠 받는 추가 수익마저 쪼그라들었다고 하소연한다.

기존에는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이 타 방송국이나 해외, DVD 등으로 재판매될 때마다 감독이나 작가 등 창작자들도 재상영분배금(residual)을 받을 수 있었지만 스트리밍 업체들은 정해진 액수의 수당만 지급한다.
작가 단체들은 "서비스 업체들이 시청률 데이터를 숨겨 우리가 공정하게 돈을 받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조회수에 따라 재상영분배금을 책정하는 방안을 새 계약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가 대니 톨리는 "모든 유형의 작가들이 대형 스튜디오들에 의해 평가절하당하고 재정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며 "이들 업체가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콘텐츠들은 우리가 피와 땀과 눈물로 창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단체들은 이같은 요구사항을 전부 반영하려면 업계가 연간 6억달러(8천억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제작사들은 폭넓은 임금 인상은 감당하기 힘들다며 맞서고 있다.
디즈니는 올여름까지 전 세계 직원의 3.6%인 7천명을 감원해 비용 55억달러를 절감하겠다며 최근 1·2차 해고를 단행했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도 수천 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NBC유니버설도 광고시장 위축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게다가 작가들에 대한 보상 체계가 재편되면 업계 다른 직역으로도 급여인상 릴레이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배우방송인조합(SAG-AFTRA)과 제작사 간 기존 계약은 6월 30일 만료된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사란도스가 지난해분 급여로 전년보다 무려 32% 인상된 5천30만달러(674억5천만원)를 받아 가는 등 업계 일부만 과실을 누리는 것을 놓고 작가들의 공분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제작사들과 작가들이 기한 내에 새 계약에 대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WGA 소속 작가 약 1만1천명이 파업 대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게 되면 할리우드는 점차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과거에도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계가 텔레비전의 출현, 케이블 네트워크의 부상 등 7∼8년마다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겪어왔다고 짚었다.
WGA가 가장 최근에 파업을 벌였던 2007년의 경우 애플이 동영상 재생용 아이팟을 출시하고, 디즈니가 미니시리즈 '로스트'를 2달러에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각종 뉴미디어가 새롭게 선보이던 시기였다.
제작사 레벨레 미디어의 창업자인 로라 루이스는 "모든 산업은 경로 수정 과정을 거친다"며 "지금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다음 단계를 위한 조정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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