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누나가 영웅"…'죽음의 정글' 살아나온 아이 4명 모두 건강

입력 2023-06-11 08:37   수정 2023-06-12 15:11

"첫째누나가 영웅"…'죽음의 정글' 살아나온 아이 4명 모두 건강
육식맹수·독사 득실대는 아마존서 '원주민 지식' 활용
자연 더불어 산 아이들…"서양애들이었다면 어려워"
수색조에도 찬사…"거대한 양탄자에서 벼룩찾기 성공"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독사가 우글대는 아마존 정글에서 어른도 없이 40일간 생존했다가 무사히 돌아온 콜롬비아 어린이 4명의 건강 상태는 괜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스페인 EFE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는 중앙군사병원 의사인 카를로스 린콘 아랑고 장군은 "종합적으로 검사한 결과 아이들은 생명에 위협받지 않고 임상적으로 괜찮은 상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이 영양·심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회복하기 위해 2∼3주간 입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콜롬비아 군 당국은 전날 아마존 정글에서 실종됐던 아이 4명이 생존해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헬리콥터와 특수 구급 항공으로 아이들을 보고타로 이송시켰다고 발표했다.

콜롬비아를 기쁨으로 들썩이게 한 '기적의 아이들'은 레슬리 무쿠투이(13), 솔레이니 무쿠투이(9), 티엔 노리엘 로노케 무쿠투이(4), 크리스틴 네리만 라노케 무쿠투이(1)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콜롬비아 남부 아마존 정글에서 경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한 지 40일째 되는 날에 무사히 발견됐다.
앞서 아이들과 경비행기에 동승했던 아이들의 엄마와 조종사 등 성인 3명은 사고 15일째에 모두 숨진 채 발견된 터였다.
콜롬비아 당국은 군인과 지역 원주민 자원봉사단 등 200여명과 탐지견을 동원해 아이들 수색 활동을 벌였다.
수색대가 정글에서 어린이용 테니스화, 기저귀, 젖병, 먹다 남은 과일 조각 등을 발견하면서 아이들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다.

이후 수색대는 나뭇가지와 가위, 머리끈 등으로 만든 임시 대피소를 찾아냈고, 추락 지점에서 3㎞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작은 발자국도 발견했다.
실종 17일째에는 아이들을 발견했다는 잘못된 보고를 받은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트위터에 "실종됐던 4명의 아이를 구조했다"고 틀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실제로도 추락 지점에서 약 3.2㎞ 떨어진 곳에서 구조됐다.
특수작전 합동사령부의 페드로 산체스 사령관은 AP 통신에 밀림에서 아이들을 수색한 작전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양탄자에서 작은 벼룩을 찾는 것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실종됐던 정글에 재규어와 오실롯 등 육식 맹수들과 독사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존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4명의 아이 중 첫째 누나인 레슬리가 동생들을 보살피며 생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 대통령과 함께 아이들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한 이반 벨라스케스 고메스 국방부 장관은 레슬리에 대해 정글 지식을 이용해 세 명의 남동생을 돌본 "영웅"이라고 칭찬했다.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파티마 발렌시아는 AFP 통신에 레슬리가 전사 같은 성격을 가졌고, 늘 동생들에게 숲에서 따온 과일을 주며 돌봤다고 말했다.
이들의 할아버지는 솔레이니와 티엔 노리엘 형제가 숲속에서 아주 잘 걸었다고 전했다.
콜롬비아의 아마존 원주민 단체는 트위터에서 "아이들이 생존했다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배우고 연습한 자연환경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열대림 생태학 교수인 카를로스 페레스도 아이들이 가진 숲에 대한 지식이 생존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나이대의 서양 어린이들이었다면 죽었을 것"이라며 "아마존 원주민 아이들은 아주 일찍 성숙하고, 어릴 때부터 숲에서 음식을 찾거나 동물을 피하는 방법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기술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페레스 교수는 1살 때부터 나무에 오르는 법을 배우는 마을도 있었으며, 원주민들은 임시 대피소도 빨리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지역 환경 특성상 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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