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 5년만의 외교장관 회담서 대만문제에 집중하는 까닭은

입력 2023-06-19 16:20   수정 2023-06-19 16:24

中, 美와 5년만의 외교장관 회담서 대만문제에 집중하는 까닭은
중국, '미국의 대만 지원=중국 포위망·인태전략의 핵심' 인식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5년 만에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가운데 중국이 대만 문제에 화력을 집중해 주목된다.
미국 주도의 첨단 반도체·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남중국해 문제 등 굵직한 사안들도 있지만, 중국은 대만 문제를 우선순위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회담 후 친강 외교부장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며 블링컨 장관에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힌 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현시점에서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최대 현안이 대만 문제라는 얘기다.


◇ 대만 문제에 전향적 태도 압박한 中…물러서지 않은 美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8시간 가까운 마라톤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측은 "현재 중·미 관계가 수교 이래 최저점에 있다"며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세 전환을 압박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만 지원 강화와 이를 통한 중국 압박 기조를 중단하라는 요구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제20기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최악의 상황과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 긴장의 강도를 높인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손을 떼라고 미국을 압박한 점이다.
실제 지난 3일 대만해협을 지나던 미 해군 구축함에 중국 인민해방군 군함이 150m 이내로 접근했을 정도로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결기'를 보여왔다.
이 때문인지 대만 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거론돼왔다. 대만 해협이 '우크라이나전 다음 전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바로 이런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미중 대립이 전방위로 확산한 상황에서 오판으로 인한 충돌 가능성이 커져 이를 막으려면 소통과 상황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다.
중국은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을 하자는 미국의 제의를 거절한 데 이어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대해서도 소극적이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미중 국방장관 채널을 소통 수단이라고 보는 반면 중국은 자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 활동을 합법화해주는 틀로 본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미국은 위기관리를 위한 소통 채널 확보에는 적극적이지만, 기존의 대만 정책을 중국의 요구에 맞게 바꿀 의지는 없어 보인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회담 후 "블링컨 장관은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교와 폭넓은 현안에 대한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밀러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회담에서 "미국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세상을 위한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파트너와 협력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대만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중국에 확인시켜줬다는 얘기다.

◇ 대만 문제에 양보 없는 美·中…그 배경엔 인도·태평양 전략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대만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양국의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대만이라는 첨단 반도체 산업의 선도 국가를 통합함으로써 패권 도전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고, 역으로 미국은 이를 봉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은 대만을 홍콩·마카오와 마찬가지로 대만을 수복해야 할 영토로 본다. 지금도 대만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에 불과하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1979년 덩샤오핑은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을 통해 대만과의 평화통일 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1992년 대만과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92공식'에 합의했다.
대만과 정치적인 대립을 가능하면 피하면서 교류와 협력 강화로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 정부가 들어서자 중국은 포용에서 압박으로 대만 정책을 확 바꿨다. 각종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대만해협 안보 위기 고조로 대만의 숨통을 죄어왔다.
그렇지만 중국의 이 같은 대만 압박과 제재는 단순히 대만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대만과 함께 미국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교가에선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대만의 민진당 정부가 독립 성향을 강화하는 배경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이 '대국굴기' 기조로 대내 통제 강화·대외 팽창을 거듭하는 데 맞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데 대만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 국방부가 작성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를 보면 대만을 신뢰할만한 협력국으로 명시하고, 전략 추진 과정에서 관계를 강화해야 할 국가로 명시했다. 대만을 대중국 견제·압박 카드로 쓰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힘을 합쳐 중국 견제에 주력하면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늘려가는 것을 중국은 자국을 겨냥한 '비수'로 여기는 분위기다.
만약 대만이 독립 국가로 우뚝 서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교두보가 된다면 중국의 대국굴기 팽창 전략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대만 간 관계 단절과 친중 대만 정권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과제다. 이 때문에 중국은 경제·외교·군사적 압박으로 안보 불안을 자극해 대만의 독립 의지를 꺾으려 한다.
중국은 무엇보다 내년 1월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의 정권 연장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친중 세력인 국민당 후보의 당선이 최선이지만, 대만을 '친미반중'이 아닌 중립지대로 만들 야당 후보의 당선은 차선이다.
아울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해온 시진핑 주석이 대만에 대해 무력시위와 압박을 지속함으로써 민족주의 정서를 더 자극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 미중, 소통엔 접점…대만 문제엔 양보 없는 다툼
블링컨 장관은 방중 이틀째인 19일 친강 외교부장의 윗선인 왕이 당 중앙정치국 위원(판공청 외사판공실 주임)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미중이 최악의 불신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의 '정찰 풍선' 사건과 관련해 시 주석이 몰랐을 수 있다고 말해 미중 정상회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빅이슈를 비켜 갔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미중 간 해빙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독일 등의 반대에 직면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강행하기보다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으로 전략을 확실히 전환하고, 첨단 반도체·핵심 광물 등과 관련해 대중국 압박의 강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제적 면에서 미중 관계가 일정 수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자국을 뺀 공급망 재편 시도 속에서도 경제 회복을 위해선 미국과의 교역과 투자가 절실하고, 미국 역시 중국의 경기 반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외교·군사·안보 갈등이 지속되는 속에서도 미중 경제 교류가 순풍을 탈 수 있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미국의 대만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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