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푸틴·시진핑·모디…"한데 모여 자국문제 집중"

입력 2023-07-05 11:08   수정 2023-07-05 16:54

'동상이몽' 푸틴·시진핑·모디…"한데 모여 자국문제 집중"
러, 반란후 이미지 정비·中, 미 패권에 반격·印, 파키스탄에 '잽'
"각자 다른 목표…국내 상황 컨트롤하고 있다는 과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모처럼 얼굴을 마주하게 돼 '세 결집' 전망이 나왔으나, 정작 자국 현안에만 몰두하면서 '동상이몽'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화상으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강대국을 대표하는 이들 정상이 모였으나, 이들은 단합보다는 각기 다른 자신만의 목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용병집단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사태 이후 이미지를 재정비할 기회였고, 시 주석에게는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에 맞서는 자리였으며, 모디 총리에게는 주적인 파키스탄에 '잽'을 날리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치권과 사회 전체가 조국의 운명에 대한 깊은 책임감으로 연대해 무장 반란 시도에 맞선 단결된 전선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반란 당시 SCO 국가들이 지지를 보여줬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회의는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시도로 자국내 입지에 큰 위기를 겪은 이후 처음 나선 국제 외교 무대다.
그만큼 푸틴 대통령은 자국내 입지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받기 위해 다른 정상들로부터 뚜렷한 언급을 받아내고자 했겠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일반적인 견해와 따뜻한 어조'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고 NYT는 짚었다.

미국과 맞서는 데 필요한 파트너로서 푸틴 대통령에게 장기 베팅한 중국은 그 역풍으로 유럽과의 경제 협력에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대만과의 양안 갈등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이번 회의를 미국과 서구의 패권에 맞서는 기회로 활용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경제 글로벌화의 정확한 방향을 견지하고 보호주의·일방적 제재·국가안보 개념의 일반화에 반대하며 담쌓기와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며 "외부 세력이 '신냉전'을 조장하고 이 지역에 대립을 조성하는 것을 고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CO를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과 중국식 현대화의 홍보 방식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인도는 러시아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미국과 일본, 호주와 함께 구성한 안보 협의체 쿼드(Quad)로 더욱 껄끄러워진 상황이다.
인도와 중국 사이에 고조된 국경 갈등에 대한 언급은 이번 회의에서 나오지 않았다. 앞서 모디 총리가 지난달 방미에서 미국산 드론을 구매하기로 한 것은 중국과 마찰을 빚는 국경 지역에서 정찰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모디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SCO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파키스탄을 겨냥해 "테러를 정책 도구로 사용하는" 국가들을 규탄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자국 문제를 부각했다.
이번 회의는 이들 세 정상에게 근본적으로 자국내 현안을 컨트롤하고 있으며, '다극화' 세계에 들어설 준비가 됐다는 성명인 것처럼 보인다고 NYT는 풀이했다.
이언 청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조교수는 "이들 정상에게는 모두 현재 상황을 낮잡아보고 모든 게 정상인 척할 만한 동기가 있다"며 "러시아의 문제들이나 인도의 대미관계 탐색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상황이 통제되고 있고 불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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