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숨은영웅] "10년내 참전용사 사라진다…보훈외교 패러다임 바꿔야"

입력 2023-07-27 06:25  

[한국전 숨은영웅] "10년내 참전용사 사라진다…보훈외교 패러다임 바꿔야"
22개국 1천500명 인터뷰한 한종우 유업재단 이사장…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참전용사 전도사'
"참전용사 사후 세대를 준비할때"…'동맹 70년' 美서 한미관계사 교육자료집 발간 계획
"참전국 교사들이 청소년들에 한국전쟁 가르쳐 '피로 맺은 인연' 이어가야"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앞으로 5년에서 10년 안에 참전용사들이 지구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그분들의 사후를 곧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죠."
전 세계 참전용사들의 목소리를 보전해온 한종우 '한국전쟁 유업재단'(이하 유업재단) 이사장은 2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참전용사 사후 세대를 준비할 때"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 이사장은 국가보훈부 후원으로 지난 2012년부터 10년에 걸쳐 22개국 1천500여 명의 참전용사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과 이들의 소장 자료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해 '한국전쟁의 전도사'로 불린다.
70여 년 전 우리를 도운 모든 나라에서 참전용사 인터뷰를 수행한 기관은 한 이사장이 이끄는 비영리단체인 유업재단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에게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이미 90대 초중반에 이른 생존 참전용사들이 정전 75주년 또는 80주년에는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는 고마운 은인이자 "공공 보훈외교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인 자산"이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한 이사장은 규정했다.
목숨 걸고 싸웠던 폐허의 땅이 불과 수십 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고속 성장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자발적으로 '대한민국 찬양론자'가 된 참전용사 인맥이 없어진다는 것은 외교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 이사장은 "귀중한 공공외교 자산, 22개국의 친(親)한국 네트워크가 다 없어진 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 숙제"라면서 "참전용사와 한국전쟁, 그리고 공공 보훈외교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계 22개국과 한국이 참전용사들의 "피로 맺은 인연"을 사후에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유산'을 어떻게 다음 세대로 물려주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 이사장은 진단했다.
한 이사장이 내놓은 해법은 교육이다. 그는 "참전용사들의 업적과 그들이 한국과 맺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진지를 그 나라에 구축해야 한다"며 "나라별로 참전용사들이 싸운 전투를 중심으로 교육자료집을 만들고 역사 교사들에게 배포해 청소년들을 가르치게 하면 유업을 계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진행 중인 한국전쟁 교육자료집 제작 사업은 미국, 영국에 이어 올해 캐나다까지 완료되며 뉴질랜드와 튀르키예에서도 첫발을 내디딘다. 해당 국가 교사들이 자국 용사의 참전 경험을 중심으로 자료집을 직접 만들게 할 방침이다.
특히 동맹 70주년을 맞은 미국에서는 한미 관계사 전체를 다루는 교육자료집을 내놓겠다는 것이 한 이사장의 포부다. 미국인들이 한국전쟁을 한미 관계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다.
미 시러큐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이 대학 교수를 지낸 한 이사장은 같은 대학 맥스웰대학원에서 초대 주미 한국공사를 지낸 고(故) 한표욱 대사에 대한 강좌를 개설하면서 참전용사들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강연에 초청받은 참전용사들이 가져온 사진 자료들을 어떻게 보존할까 고민하다가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상하게 됐다. 시러큐스대와 북한 김책공대가 지난 2005년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학술교류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을 시작한 한 이사장이 지금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참전용사들은 2015년 만난 한국전쟁 포로 경험자들이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한 이사장은 이들이 북한 내 수용소에서 겪었던 끔찍한 고초를 들으며 "하루 종일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와 만난 수많은 참전용사들의 공통된 답변은 "아직도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하는 민족은 한국인밖에 없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흥남철수작전의 배 안에서도 "우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증언도 많이 나왔다고 한 이사장은 전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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