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미중 전략경쟁하는 남태평양서 '신제국주의' 경고

입력 2023-07-28 01:46  

마크롱, 미중 전략경쟁하는 남태평양서 '신제국주의' 경고
프랑스 현직 대통령 최초로 바누아투 등 태평양 도서국 방문
남태평양서 존재감 부각 노력…"미·중·호주 등에 뒤처져"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른 남태평양 섬나라를 프랑스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순방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신제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프랑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호주 동북쪽에 있는 바누아투에서 "인도·태평양, 특히 오세아니아에 신제국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며 "권력의 논리가 가장 작고, 종종 가장 취약한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고 연설했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가를 특정하지 않은 채 "강대국의 약탈"과 "외국 선박의 불법 조업", "개발을 옥죄는 불평등한 조건이 딸린 차관" 등으로 인해 몇몇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주권과 독립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중국을 지목하지 않았으나 "중국이 바누아투에 도로와 경기장, 심지어는 의회 건물까지 지어줬다"고 전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이터 통신도 중국이 지난 10년간 바누아투를 포함한 태평양 도서국이 사회 기반 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돈을 빌려줘 왔다며, 중국 수출입은행이 바누아투의 부채 3분의 1을 차지한 최대 채권자라고 보도했다.
남태평양 일대는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이 전략경쟁을 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4월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며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자 미국이 뒤늦게 뛰어들어 이 지역 섬나라들과 외교, 안보 관계를 강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틈바구니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미국이 동맹이 곧 미국의 모든 결정을 따르는 "속국"은 아니라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창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와 함께 일할 준비가 된 모든 국가의 독립과 주권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프랑스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사모아에 프랑스 대사관을 열고, 바누아투에 독립개발청을 설치하는 한편,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 군인 200명을 추가 배치하는 등 존재감을 키워나갈 계획을 소개했다.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정부가 반(反) 중국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지만 호주, 인도 등의 인도·태평양 지역 강대국의 도움을 받아 일종의 대안 모델을 제공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 누벨칼레도니, 레위니옹 등 해외영토가 있어 스스로를 "인도 태평양 국가"라 부르는 프랑스는 이 지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과 중국에 비해 외교력과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현실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티외 드루앵 연구원은 일간 르몽드에 "프랑스가 태평양 도서국 지원을 늘리고, 군사 자원을 배치하면서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이곳에서 경쟁하는 다른 강대국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페니 웡 호주 외무부 장관이 최근 몇 년 사이 태평양 도서국을 방문하면서 외교전을 펼쳤던 것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순방 전까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누벨칼레도니, 바누아투에 이어 28일 파푸아뉴기니로 향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태평양 도서국 순방 일정은 이 지역을 찾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일정과 맞물렸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7일 파푸아뉴기니를 찾아 미국 경비함을 다음 달에 파견하겠다고 밝혔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전날 통가에서 열린 미국대사관 개소식에 참석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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