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오솔길 노타이 산책, 한일해빙 독려"…캠프데이비드 정치학

입력 2023-08-17 18:33   수정 2023-08-17 19:00

"외딴 오솔길 노타이 산책, 한일해빙 독려"…캠프데이비드 정치학
AP "바이든, 고도의 장소 선정 셈법…치밀하게 계산된 선택지"
세계적 중재 외교 무대서 격의없는 회동으로 한일 협력 강화 독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오는 1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자 정상회의를 할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 휴양지이면서 2차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중동평화협상 등 세계사에 기록된 중요한 논의들이 이뤄진 무대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한일 화해에 기반한 한미일 3국 공조의 새로운 시대가 그와 같은 역사적 현장에서 모색되는 상징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미국 언론은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격식 없는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역내 미국의 핵심동맹인 한일이 더욱 더 긴밀히 협력하게 되길 바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담긴 장소 선정이라고 분석했다.

◇ "오솔길 노타이 산책으로 한일 해빙 강화 기대"…바이든 고도의 셈법
AP통신은 17일 "메릴랜드 지역의 산에 위치한 소박한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위한 배경이 돼 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녹음이 우거진 캠프 데이비드 오솔길에서 산책과 노타이 대화를 함으로써 냉냉한 관계를 녹여낸 이들 미국의 동맹들이 더욱 협력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하며 오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상징적 의미가 큰 호젓한 공간에서의 격의 없는 3자 회동이 북중의 공격에 대한 공동의 우려 속에 해빙기를 보내고 있는 한일의 협력을 더욱 독려하길 바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숨은 뜻이 이번 장소 선정 뒤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보다 눈길을 덜 끄는 장소로, 해군이 운영하고 해병대가 지키고 있는 캠프 데이비드 카드는 외국 카운터파트들과 대면 소통에 가치를 두는 대통령의 치밀하게 계산된 선택이었다고 바이든의 참모들은 AP에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약 한시간 거리에 위치한 '외떨어진 별장'에 세계 정상들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될 것이라고 AP는 보도했다.
백악관 역사협회 소속의 역사학자인 사라 플링은 "캠프 데이비드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대통령과 방문자들이 일대일로 진짜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덜 격식적인 장소를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출신 선배 대통령이었던 카터, 클린턴 등이 중동 평화를 모색했던 캠프 데이비드로 한국, 일본 정상을 초대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오랜기간 역사 갈등의 벽을 넘지 못했던 한일관계는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에 '약한 고리'로 작용해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미국의 중재 노력 속에 한일 위안부 합의가 도출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로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좌초하면서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려던 미국의 구상도 벽에 봉착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 역량을 점점 고도화했고, 중국은 군사·경제적으로 '굴기'를 거듭했다.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발 리스크에 대응할 한미일 공조 강화를 위해 한일관계의 회복에 막후 노력을 이어왔다.
한일정상의 '셔틀 외교'가 재추진되는 등 올해 들어 한일관계가 개선 조짐을 완연히 보이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의 독립적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캠프 데이비드라는 역사적 현장에서 개최키로 한데는 상당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맞선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외교의 성과를 부각하는 측면과 함께, 3국 정상회의를 통해 한일간의 화해를 확고히 굳힘으로써 한일관계와 한미일 공조가 3국의 권력 교체 등의 변수로 인해 다시 후퇴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의중이 엿보인다.


◇루스벨트가 만들고, 아이젠하워가 이름짓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70마일(약 113km) 떨어진 캠프 데이비드는 메릴랜드주 캐톡틴산에 위치해 있으며 부지 면적은 여의도(290만㎡)의 약 4분의 1인 73만㎡다. 공식 명칭은 '서먼트 해군 지원 시설'(Naval Support Facility Thurmont)이다.
'아스펜'이라는 이름의 대통령 전용 숙소와 10여개의 외빈용 숙소, 산책로, 골프 연습장, 테니스 및 농구 코트, 온수 수영장, 볼링장, 승마장, 영화관 등 휴양시설, 사무실과 회의실, 예배당 등이 마련돼 있다. 운영과 관리는 해군 소관이나 경비는 해병대가 맡는다.
대통령 별장으로서 캠프 데이비드의 역사는 미국의 32대 대통령(1933∼1945년 재임)인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로부터 시작한다. 루스벨트의 임기후반인 1942년 설립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루스벨트는 대통령 요트에서 쉬는 것을 좋아했으나 2차 세계대전 중 군과 비밀경호국(대통령 경호 담당 조직)이 대통령의 경호 문제를 우려하며 요트 휴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루스벨트는 국립공원관리국에 '백악관에서 100마일(약 161km) 안에 위치한 휴식 공간을 찾아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캠프 데이비드 부지를 택했다.
루스벨트는 1943년 이곳을 처음 방문했고 후임인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대통령 휴일별장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후 미국 대통령들이 주말에 종종 백악관을 벗어나 휴식과 업무를 겸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루스벨트는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가공의 낙원인 '샹그릴라'를 이름으로 붙였으나 34대 대통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1961년 재임)가 자기 손자와 아버지의 이름을 따 캠프 데이비드라는 현재 이름으로 재명명했다.
역대 대통령은 자기 취향에 따라 캠프 데이비드를 재충전의 공간으로 활용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산책로에서 뛰길 좋아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캠프 데이비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AP는 소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각료들과 미국의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장소로도 종종 이곳을 활용한 바 있다.
현직 바이든 대통령도 이곳에서 정상회담은 처음이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자주 사용했다. 취임 2번째달인 2021년 2월 처음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했고, 그 이후 27차례 캠프 데이비드를 찾았다. 그곳에서 전일 또는 하루의 일부를 보낸 일수는 96일에 달한다고 AP는 소개했다.

◇2차대전 분수령 '노르망디 상륙작전' 논의와 중동평화 협상의 무대
캠프 데이비드의 유명한 '외빈'으로는, 루스벨트와 함께 연합군의 2차대전 승전을 이끈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가 우선 꼽힌다. 루스벨트는 캠프 데이비드에 처칠을 두차례 초청함으로써 이곳을 정상 외교의 공간으로 쓰는 선례를 만들었다.
전세계 언론에 노출된 백악관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 곳은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 격의없이 긴밀한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라는 이점으로 인해 중요한 정상회담장으로 선택받아왔다.
1943년 루스벨트와 처칠은 2차 대전의 분수령이었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이곳에서 논의했다.
또 냉전이 한창이던 1959년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은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이틀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보냈는데, 소련의 지도자가 미국에 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두 사람이 거기서 미국 서부 영화를 함께 관람했던 일은 잘 알려져 있다.
1978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은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당시 이스라엘 총리 간의 평화 협상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를 제공했다. 2주간 진행된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회담은 가다 서다를 반복해온 중동 평화 협상의 이정표로 거론되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연결됐다. 자신의 별장을 '빌려주며' 고비마다 양측의 입장을 조정한 카터는 '중동 평화의 중재자'로 역사에 남았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도 카터의 중재 역사를 같은 장소에서 재연하겠다는 목표 하에, 에후드 바라크 당시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을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 중동 평화협상을 진행했으나 2주간의 협상에도 결국 합의는 불발됐다.
2001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2001∼2009년 재임)은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를 초대한 것을 포함해 여러 외국 정상들을 캠프 데이비드로 불렀다.
오바마 전 대통령(2009∼2017년 재임)은 2012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장, 2015년 걸프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장으로 캠프 데이비드를 각각 활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2017∼2021년 재임)은 2019년 9월 트위터에 캠프 데이비드에서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지도자들 간의 비밀 회담을 개최하려 했다가 취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계기에 재임중 처음 캠프 데이비드로 외국 정상을 초대했다. 한국 정상으로는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골프 카트 운전대를 잡고, 부시 전 대통령은 조수석에 앉은 채 1시간 40분간 캠프 데이비드 곳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 중 역대 두 번째로 15년 만에 캠프 데이비드를 찾게 됐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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