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사람의 관계에서 새 사업 발굴했죠"

입력 2023-09-02 07:03   수정 2023-09-02 12:01

[스타트업 발언대] "사람의 관계에서 새 사업 발굴했죠"
'환골탈태' 전략으로 활로 찾은 김봉기 엔라이즈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행복을 떠받치는 여러 기둥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건강이다.
정신 건강에는 인간관계, 신체 건강에는 규칙적 운동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온라인으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주는 소셜 서비스 업체 ㈜엔라이즈(NRISE)는 정신과 신체 건강에 밀접한 두 축의 사업모델로 성장 가도를 달리는 스타트업이다.
2011년 전자책 사업으로 출발한 엔라이즈는 미래가 불투명한 암흑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100여 명이 연간 500억원대(올해 예상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초기 사업 모델을 버리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한 결과다.
엔라이즈를 이끄는 김봉기(43) 대표를 지난달 25일 연합뉴스 공감스튜디오에서 만나 창업 얘기를 들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창업 전에 7년가량의 샐러리맨 생활을 거쳤다.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하며 인연을 맺은 전자책 업체가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일터였다.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으로 인생의 방향을 튼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그간 일해온 만큼만 열심히 사업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김 대표가 '무한하게 성장한다'는 뜻을 담은 엔라이즈라는 이름의 법인을 세우고 처음 손댄 분야는 직장생활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고 자부했던 전자책 사업이었다.


하지만 첫 사업 아이템은 순항하지 못했다.
"사업하다 보면 타이밍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돼요. 당시 전자책 시장은 투자환경, 기술 수준, 수요 등 여러 면에서 시기상조였던 것 같습니다. 시작한 지 딱 3개월 만에 '진짜 힘들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죠."
김 대표의 애초 짐작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는 결국 2년여 만에 잘 풀리지 않던 전자책 사업을 중단하고 익명 기반의 SNS 교류 서비스인 모씨(MOCI, 某氏)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다양한 이야기 주제를 해시태그(#)로 분류하고, 하고 싶은 말을 카드 한 장에 담아내는 구조로 설계한 모씨는 출시 6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100만회를 웃돌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엔라이즈가 2017년 내놓은 것이 실명 기반의 SNS 교류 앱인 '위피'(WIPPY)다.
위피는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실명 사용을 원칙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연결 문화를 만드는 소셜 디스커버리 서비스를 지향했다.
이젠 귀에 꽤 익은 말이 된 소셜 디스커버리는 사회 친구를 발견하거나 찾아준다는 의미인데, 주로 남녀 간 만남 알선에 국한되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에서 확장한 개념이다.
위피는 친구 요청을 하거나 수락할 때 단계별로 결제하는 유료 서비스로 운영된다.
프로필 중심의 일반적인 매칭 방식에서 탈피해 나이, 거주지, 성별, 취향 등의 데이터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친구를 추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우연히 사람의 행복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연구결과를 봤습니다. 행복해지려면 관계에 만족해야 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다' 싶었죠. 관계를 만들어 주고 행복까지 안기는 서비스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개발한 것이 위피입니다."
엔라이즈는 이성 간 만남에 집중하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던 상황에서 부담 없이 만나는 동네친구 개념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으로 위피의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높였다.
온라인을 통해 친구 관계를 맺는 문화가 확산한 것도 순풍이 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 7월 누적 다운로드 1천만 건을 돌파한 위피는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약 20만명으로, 디지털 공간의 국내 소셜 서비스 분야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 대표는 후발주자로 소셜 서비스에 진입했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며 추천 알고리즘을 꾸준히 고도화하는 등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라이즈는 위피에 집중하기 위해 7년가량 운영한 익명 기반의 모씨 서비스를 2021년 종료했다.


엔라이즈는 코치와 사용자를 운동 영상으로 연결하는 구독형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 플랫폼인 '콰트'(QUAT)도 운영한다.
2020년 출시한 콰트는 정식 론칭 1년 만에 회사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위피와 함께 엔라이즈 성장을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누적 조회수가 1천200만뷰를 넘어선 콰트에는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오리지널 운동 콘텐츠가 현재 1천400여개 올라 있다.
월평균 30개 정도씩 추가되는 콘텐츠 제작에는 필라테스, 요가,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운동 분야의 코치진과 SNS에서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가 참여한다.
2019년 운동기구 커머스 기업인 '365위더스'를 자회사로 인수해 사업 시너지를 높여온 엔라이즈는 구독 회원에게 필요한 운동 기구 일체를 무료로 제공한다.
김 대표는 "운동을 시작하게 하는 서비스로 출발해 운동 상담, 식단관리 서비스 등을 추가하고 커머스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며 건강 관리 슈퍼앱으로 콰트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3년가량의 시차를 두고 잇따라 선보인 위피와 콰트의 성격에 대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는 연결성을 갖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엔라이즈가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은 누적으로 200억원 규모다.
김 대표는 "필요하다면 추가 투자를 받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내후년 상장을 통해 다시 한번 성장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지난해 약 400억원이었던 자회사 포함 전체 매출을 올해 550억원대로 키워 완전한 흑자 구조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라이즈는 스타트업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다양한 복지 제도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케이터링 서비스 등을 활용해 하루 세 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간식 바까지 운영해 전체 구성원의 먹는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 준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복지가 좋은 회사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회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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