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탈퇴' 변수로 본 中 일대일로 10년의 명암

입력 2023-09-05 15:48  

'이탈리아 탈퇴' 변수로 본 中 일대일로 10년의 명암
2013년 시징핑 주석, 카자흐스탄에서 '新실크로드' 제안
'일대일로 10년' 올해 이탈리아 '연내 탈퇴'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국민우의 증진 아름다운 미래 공동창조'라는 주제 강연을 했다. 국가주석 취임 6개월이 되던 때였다.



훗날 중국의 대외팽창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서막을 알린 것으로 평가되는 이 강연에서 시 주석은 2천년 전 중국 한나라 당시에 중앙아시아로 사신을 파견해 중국과 중앙아시아 각국간 우호교류의 문이 열리자 "동서를 잇고 유라시아를 잇는 실크로드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내륙 실크로드 경제를 구축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두달 후인 2013년 11월 제18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이 채택된다.
시진핑의 일대일로 구상은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중국의 서쪽인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유렵, 나아가 세계 곳곳을 육상철도와 해상(항구)으로 잇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중국은 이후 공격적으로 세계 각국을 향해 '일대일로'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참여국은 2022년 기준 152개국으로 늘어났고, 중국의 누진 투자액도 9천6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상하이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는 집계했다.
중앙아시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파키스탄 카롯 수력발전소와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만 등 대규모 일대일로 프로젝트들이 거점 도시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 머니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중국이 일대일로명분으로 지급하는 자금은 연 5% 금리를 적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고금리 부담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중국을 미국의 패권도전국으로 상정하고 강력한 '중국 압박'에 나서면서 일대일로 전선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국제 외교가의 시선이 이탈리아에 쏠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9년 3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중국과 일대일로 사업 협정을 맺은 나라다.
당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과 회담한 뒤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그런 이탈리아가 최근 일대일로 사업에서 연내 탈퇴할 뜻을 굳히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 중인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일대일로에서 최대한 원활하게 탈퇴하는 동시에 이를 대체할 경제협력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당국과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WSJ은 특히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도록 은근한 압박을 가해왔다고 전했다.
이탈리아가 입장을 바꾼 배경으로는 미국의 압력도 있지만 '반도체 변수'도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도체 수요가 많은 이탈리아로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 같은 기업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일대일로 10년을 맞아 중국 지도부는 이탈리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왕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4일 타야니 부총리와 회담에서 "새로운 상황과 기회에 직면해 중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개방과 상생을 견지하고 실무 협력에 초점을 맞춰 양국의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더 큰 발전을 실현하도록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조만간 일대일로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속에 선택지가 정해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이다.
일대일로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려는 중국으로서는 바짝 긴장하며 '새로운 일대일로의 미래'를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의 뜻대로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lw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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