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안내견의 행복한 동행…삼성 안내견사업 30주년 맞아

입력 2023-09-19 11:40   수정 2023-09-19 15:04

시각장애인-안내견의 행복한 동행…삼성 안내견사업 30주년 맞아
故 이건희 회장 "연못에 돌멩이 던지는 심정…사회 의식 높아질 것"
30년간 총 280두 안내견 분양…안내견 훈련사가 함께 걸은 거리만 81만㎞
30주년 기념식…이재용 회장·홍라희 前관장·조규홍 복지장관 등 참석

(용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시작한 삼성 안내견 사업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삼성은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퍼피워커'(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돌봐주는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시각장애인 파트너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등도 함께 했다.
기념식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안내견 사업에 대한 신념, 안내견 사업 이후 사회 변화 등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영상이 상영됐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에 이어 같은 해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안내견 학교다.
이건희 회장은 미발간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인식과 관습을 바꾸는) 문화적 업그레이드야말로 사회 복지의 핵심이고, 그것이 기업이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재투자"라고 말했다.
또 "사회 복지를 완성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며 문화적 마인드"라며 "장애인 복지 재단이 많이 설립돼 편의를 도모한다고 해도 정작 장애인이 거리에 나섰을 때 그들을 대하는 일반인의 눈이 차갑다면 그런 사회를 두고 복지 사회라고 부를 수 없다"고 했다.
설립 당시에는 기업이 운영하는 사례가 없어 우려가 컸고, 세계안내견협회(IGDF)에도 정관 규정이 따로 없었다. 이건희 회장도 에세이에서 "일부에서는 사람도 못 먹고 사는 판에 개가 다 뭐냐는 공공연한 비난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잔잔한 연못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심정"으로 안내견 사업을 이어갔고, 이후 삼성의 진정성을 확신한 협회가 정관을 변경, 1999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공식 안내견 양성기관으로 인증하고 협회 정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유럽과 미국의 안내견 훈련법을 벤치마킹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 이래 매년 12∼15두를 분양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80두의 안내견을 분양했고, 현재 76두가 활동 중이다.
안내견은 퍼피워킹 1년(생후 3∼14개월)과 전문훈련 8개월(생후 15∼22개월), 시각장애인 매칭·교육 2개월(생후 23∼24개월)을 거쳐 안내견 활동을 하게 되고, 이후 만 8세 무렵 은퇴한다.
지난 30년간 안내견 양성을 위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안내견 훈련사가 예비 안내견과 함께 걸어온 길은 약 81만㎞에 달한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한 번 왕복(약 76만㎞)하고도 다시 지구 한 바퀴(둘레 4만㎞)를 더 돈 것보다 긴 거리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일반인 대상으로 한 시각장애 체험 행사 등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 회장은 삼성의 30년 노력을 평가하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손튼 회장은 "삼성은 지난 30년간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안내견을 훈련시켰다"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세계적인 기관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삼성 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장애인 파트너 4명은 안내견 사업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지난 2개월간 연습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등 2곡을 연주했다.
피아노 연주를 맡은 김예지 의원은 "오랜 시간 안내견과 함께해 온 만큼 이번 공연은 더욱 특별하다"며 "이번 기념식이 보다 많은 사람이 안내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규홍 장관은 "국내에 보조견이 생소하던 30년 전 안내견학교를 세우고 장애인 보조견 양성을 위해 헌신해온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 깊이 감사한다"며 "정부도 안내견의 교육훈련을 지원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안내견 분양식과 은퇴식도 열렸다.
이날 퍼피워커를 떠난 안내견 8두는 앞으로 함께 걸으며 살아갈 시각장애인 파트너 8명과 새 출발을 했고, 7∼8년간의 안내견 활동을 마친 은퇴견 3두는 노후를 함께 할 입양가족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퍼피워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이 키운 강아지가 안내견으로 성장해 시각장애인 파트너와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교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신념, 그리고 모든 이들의 사랑과 헌신이 삼성 안내견 사업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 같은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견사를 기존의 2배 크기로 확장하면서 안내견의 번식과 생활을 위한 공간을 더욱 안락하게 꾸미는 공사를 올해 진행했다.
또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위한 교육 워크숍 횟수를 늘리고 장애인을 배려한 청각 교육자료 비중을 확대하는 등 교육의 양과 질 개선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은 안내견학교 시설과 훈련·교육 프로그램의 개선,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새로운 30년 동안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더욱 행복한 동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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