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악몽 같은 9월 19일"…지진 대피 훈련에 '진심'인 멕시코

입력 2023-09-20 04:19  

[르포] "악몽 같은 9월 19일"…지진 대피 훈련에 '진심'인 멕시코
'규모 8.0 강진 상황' 가정한 전국적 훈련 통해 대응 체계 점검
과거 9월 19일에 몇 차례 강진으로 피해…작년엔 훈련 뒤 7.6 지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9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미겔 이달고 자치구 폴랑코 지역에 갑자기 큰 소리의 경보음이 울리자, 나무에 앉아 있던 새들이 놀란 듯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경찰 통제 아래 이미 도로에 정차해 있던 차량 운전자들은 시동을 끄고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잠시 후 인근 16층 높이 건물에서는 직장인들이 작동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계단 삼아 지상으로 서둘러 걸어 내려와 밝은 주황색 또는 노란색 조끼를 입은 이들의 안내에 따라 도열했다. 조끼 뒤에는 '각층 관리자'(Jefe de piso)라는 글자가 인쇄돼 있었다.
이날 멕시코에서는 '멕시코시티에서 377㎞ 떨어진 아카풀코에서 규모 8.0 지진이 일어났다'는 상황을 가정한 전국 지진 대응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 시행 계획은 몇 주 전부터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사전에 여러 차례 공지됐다.



지진이 잦은 나라 중 하나인 멕시코에서의 훈련에선 '설렁설렁' 내지는 '보여주기' 같은, 훈련이라는 용어가 주는 잘못된 선입견을 발견하긴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진지한 모습으로 인솔자의 지시를 따랐다.
플로르 몬세라트(24)씨는 "9월 19일은 멕시코인들에겐 매우 특별한 날"이라며 "과거 몇 차례 (9월) 19일에 발생한 지진에 대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예전에 멕시코를 뒤흔든 대지진 발생일은 공교롭게도 모두 9월 19일이었다.
1985년 9월 19일, 수도 멕시코시티를 직격한 규모 8.1 강진으로 당시 1만명 가까이 사망하고 건물 수백 채가 무너졌다. 2017년 9월 19일엔 규모 7.1 지진이 멕시코 중부를 강타해, 370여 명이 숨졌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9·19 지진' 피해자 추모를 위해 수도 소칼로 광장에 내걸린 대형 국기를 조기로 게양하는 행사를 주관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19일은 다른 측면에서 더 두려운 하루였다. 오전에 전국 규모 지진 대응 훈련을 시행한 지 1시간여 뒤에 멕시코시티 서쪽 475㎞ 지점에서 규모 7.6 강진이 실제로 발생해서다. 당시 흔들림은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중서부 전역에서 강하게 감지됐고, 시민 1명이 사망했다.
당시 급하게 거리에 쏟아져 나온 시민 중 일부는 불안감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멕시코시티 한 경찰관은 "9월 19일의 (지진) 경험은 많은 주민에게 악몽처럼 여겨진다"며 "특히 작년의 일(지진) 이후 이런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스스로 깨달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역시 오전 9시 1분께 멕시코시티에서 450㎞ 정도 떨어진 게레로주 코요카 데 베니테스 인근에서 규모 4.2(미국 지질조사국 기준) 지진이 발생해, 주민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멕시코 정부는 확인했다.
오스카 구티에레스(40)씨는 "이런 훈련은 기본적으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에서 대피하는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지진 경보를 들었을 때 우리가 정해진 대로 대피 방식을 조직할 수 있기 때문에 혼란을 줄이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당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멕시코시티 내 1만3천933개 경보음 스피커 정상 작동 여부를 파악하는 등 지진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지진 경보 시스템 개선 사항 등을 살펴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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