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대통령은 왕 아냐" 선고했던 판사, 기피 신청도 기각

입력 2023-09-28 13:24  

트럼프에 "대통령은 왕 아냐" 선고했던 판사, 기피 신청도 기각
자메이카 출신 처트칸, '공정한 판단 불가능' 트럼프 측 주장 거부
1.6 의회 폭동 가담자 강하게 처벌…동료들 "냉철하고 능력있어"
실형받은 폭동 가담자도 "과정 합리적…공정한 재판 할 것"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사건 담당 판사가 트럼프 측이 낸 판사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타냐 처트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자신의 이전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는 트럼프 측 변호인의 주장을 거부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처트칸 판사는 20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해당 발언들이 공정한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뿌리 깊은 편견을 드러내지 않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측에서 문제 삼은 발언들은 1·6 의회 난동으로 기소된 개인들이 제기한 주장에 대한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론적 비약은 관련 사실과 기록, 법에 비춰 볼 때 타당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측은 처트칸 판사가 지난해 담당한 1·6 의회 난동 사건 가담자 재판에서 "피고인이 여전히 자유롭게 남아있는 한 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움직였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점을 들어 그가 공정한 재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기피 신청을 냈다.
처트칸 판사가 말한 '자유롭게 남아있는 사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고 그를 처벌해야 한다는 편견을 담은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측 변호인은 처트칸 판사의 기피신청 거부에 대해 당장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향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항소 과정에서 비슷한 주장을 다시 제기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회 난동 사태와 관련, 선거 사기라는 거짓을 미국인에게 유포하고 대선 결과 뒤집기 및 개표 방해 등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지난 8월 기소됐다. 그는 기소인부절차에서 관련 4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처트킨 판사는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가담자들에게 검사 구형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내리는 등 강하게 처벌한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1년 11월에는 하원 조사위의 의회 폭동 관련 백악관 문서 확보를 막아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기 재임 기간에 작성된 문건의 공개를 막을 특권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처트칸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통령 특권이 영원히 존재하는 게 아니라며 "대통령은 왕이 아니며 피고(트럼프)는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적어 주목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등에 처트칸 판사가 "매우 당파적"이고 부당하다"면서 "(이 판사로부터) 내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길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처트칸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죽이러 가겠다'는 협박을 받는 등 공격을 받아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처트칸이 1·6 의회 난동 가담자들에 대해 다른 범죄자들이 받지 못하는 혜택을 받고 있다고 언급해왔으며, 이들에게 검사가 구형한 형량이나 그 이상의 처벌을 내릴 확률이 다른 판사보다 세배나 높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처트킨 판사에게서 4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의회 폭동 가담자 존 오스굿은 판결에는 동의하지 않아도 "절차적으로는 꽤 합리적이었다"며 "판사가 그(트럼프)에게 공정한 재판을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WP에 말했다.
61세인 처트칸 판사는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가족들과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출신이다.
의사인 부친으로부터 인도계 혈통을, 자메이카 국립무용단 출신인 모친에게서는 흑인 혈통을 이어받았다.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으며 모두 의사다.
처트칸 판사는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과와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국선변호인으로 11년을 일했고 이후 로펌에서 경력을 쌓았다.
판사로 임명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4년이다. 처트칸 판사의 임명안은 상원에서 95대 0으로 인준됐다.
동료 법조인들은 처트칸을 냉철하고 성실하며 능력 있는 변호사로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국선변호인 출신으로 최근 워싱턴DC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칼 러신은 처트칸이 증거 가운데 정부가 놓친 부분을 찾아내는 등 사건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며 "타고난 재능이 있고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일한다"고 평했다.
국선변호인으로 오래 일한 에드워드 웅바스키 변호사는 처트칸이 "매우 안정적이고 냉철하며 침착했다. 살인사건 재판을 맡게 되면 그냥 가서 이겼다"고 말했다.
처트칸은 2002년 로펌 '보이스 실러 플렉스너'로 옮겼으며 일본 기업 상대 대규모 반독점 집단소송을 맡아 1억4천800만달러를 받아내는 등 굵직한 사건들을 맡았다.
이 로펌은 2010∼2014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지만 로펌 대변인은 해당 사건과 무관한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처트칸 판사는 또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두차례 대선 캠페인에 총 3천227달러를 기부한 적이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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