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금융사고시 은행 예방노력 없었다면 책임 묻는다

입력 2023-10-05 10:10  

비대면 금융사고시 은행 예방노력 없었다면 책임 묻는다
금감원·은행권,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협약…FDS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내년 1월부터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은행의 사고 예방노력과 이용자의 과실 정도를 고려해 은행에도 손해 배상 책임을 묻게 된다. 아울러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이상금융거래 탐지 시스템(FDS) 운영 가이드라인도 지켜야한다.
금융감독원은 5일 19개 국내 은행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 시 자율배상 기준인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은행의 사고 예방노력과 이용자의 과실 정도를 고려해 금융사고의 손해액에 대해 은행이 배상할 책임 분담 비율과 배상액을 결정한다.
은행이 비대면 금융거래 시 스미싱 예방을 위한 악성 앱 탐지체계를 도입했는지, 인증서 등 접근매체를 발급할 때 본인확인이 미흡했는지, FDS 룰이 취약해 특이 거래를 탐지하지 못했는지 등 금융사고 예방활동 정도에 따라 분담 수준이 결정된다.
이용자는 신분증 정보, 인증번호 및 이체용 비밀번호를 노출하거나 제공했는지 등 여부에 따라 과실 정도가 결정된다. 이용자가 휴대전화에 신분증 사진이나 비밀번호를 저장해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피해구제가 제약된다.
예를 들어 평소 은행 앱을 사용하지 않던 고령자가 문자메시지로 온 청첩장을 클릭해 악성 앱이 설치됐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분증 사본이 탈취돼 대포폰이 만들어진 경우에는 이용자가 신분증 사본을 휴대전화에 보관한 과실이 인정된다.
한편 은행 측면에서도 앱 사용이 없던 고객에 대해 의심 거래로 탐지하지 않았거나 악성 앱 탐지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사고 예방이 미흡한 것으로 인정돼 은행이 피해액의 20∼50%를 분담하게 된다. 배상 비율 등은 운영이 본격화하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신분증 노출이나 악성 앱 설치 등의 경우 이용자의 중과실로 간주해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앞으로는 고객의 과실뿐만 아니라 은행의 금융사고 예방 노력 정도를 고려해 책임을 분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이 발표한 FDS 운영 가이드라인은 주요 피해 사례를 고려한 시나리오 기반의 '이상 거래 탐지 룰' 51개와 대응 절차를 포함한다.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악용해 대포폰을 개통한 뒤 ARS, SMS 등의 본인확인 절차를 우회하는 수법이 빈번하게 사용됨에 따라 가이드라인은 의심거래 탐지 시 화상통화, 생체인증 등 더욱 강화된 본인확인 방법을 권고한다.
금융회사가 이상 금융거래로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즉각 해당 계좌를 거래정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가이드라인이 내년 1월 이행되면 앞으로 국내 은행권에서는 이상 거래 탐지 룰이 공통 적용되고, 개별 은행의 거래특징을 반영한 자체 탐지 룰이 추가로 적용되면서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원은 이날 발표한 FDS 운영 가이드라인에 맞춰 우정사업본부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상 금융거래 탐지·차단을 위해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고객이 금융 범죄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결국 금융회사의 수익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소비자도 휴대전화에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타인에게 이체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등 금융 범죄 예방대책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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