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사실상 개점휴업…" 하마스 공세에 이스라엘 경제도 휘청

입력 2023-10-24 16:58  

[이·팔 전쟁] "사실상 개점휴업…" 하마스 공세에 이스라엘 경제도 휘청
경제학자들, 급격한 경기위축·대규모 정부 적자 경고
서비스 부문 등 심각한 타격 예상…성수기 10∼12월 관광도 어려워
"첨단 기술분야 견조…결국 반등할 것" 낙관론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양조장과 식당들을 거느린 이스라엘 자영업자 제레미 웰펠드 씨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양측의 전쟁이 발발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매달 5만ℓ에 달하는 맥주를 생산하던 중부 에메크 헤페르에 자리한 그의 양조장은 가동을 멈췄다. 이스라엘 곳곳에서 하루에도 수천명의 고객이 북적이던 그의 식당 14군데 가운데 12곳은 문을 닫았다. 그나마 문을 연 식당 2곳 중 1곳의 경우 한창 바쁠 점심 시간대 손님이 고작 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웰펠드 씨는 23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통 때는 50∼150명의 손님이 드는 식당들"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문을 열어봤자 경비도 감당할 수 없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난 7일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분쟁의 충격으로 이처럼 이스라엘 사업체들이 붕괴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빈곤과 실업으로 점철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과는 달리 팔레스타인과의 오랜 분쟁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번성하던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의 충격으로 당장 거리의 술집과 식당들은 휴업에 들어갔고, 항공편 수백편이 취소됐는가 하면 36만명에 달하는 전대미문의 예비군 대량 소집으로 간신히 문을 열고 있는 사업체조차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서비스 부문의 타격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미나 미즈라히 씨는 평소에는 하루 20∼40차례 승객을 태웠지만, 지난 주에는 승객이 평균 1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이 없다"며 "영세 업체들은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통적으로 10∼12월이 성수기로 꼽히는 관광 부분의 타격도 심각하다. 이스라엘 여행가이드협회의 가닛 펠레그 회장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보복 공격할 경우 이 지역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2년 후로 잡혀 있는 일부 관광 상품까지 취소됐을 정도이다. 펠레그 회장은 "매일 매일 취소 통보를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막 회복된 관광업이 다시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금융 시장 역시 불안한 흐름이다. 이번 사태 이후 텔아비브 증시의 TA-35 지수는 9% 빠졌고, 이스라엘 통화 셰켈화는 달러당 '4' 밑으로 가치가 추락했다.
글로벌 투자사 사곳인베스트먼트하우스의 가이 베이트-오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전쟁 여파가 1개월 동안 이어진 2006년 헤즈볼라와의 충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면서 3∼4분기 경제생산이 2% 또는 3%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긴 전쟁을 앞두고 있으며, 이스라엘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휴가와 파티, 행사를 취소하고 있고, 집에 머물고 있다. 아이들이 집에 있는 까닭에 많은 이들이 일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학교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원격 수업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분명해지면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재무부는 지난 주 매출이 줄어든 사업장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재정 지원 계획을 내놨고,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셰켈화 방어를 위해 3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런 지원안 등의 결과로 올해 정부 재정 적자가 목표치인 1.1%를 대폭 상회하는 3.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엔 재정 적자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IBI인베스트먼트하우스의 라피 고즐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의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약 60% 수준에, 외환보유고도 2천억달러가량에 달하는 등 이전 분쟁보다는 경제 여건이 더 나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은 상황이 꽤 다르다. 이스라엘 중앙은행과 정부는 매우 가파르게 증가할 불가피한 재정 적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실제로 지난 75년 동안 다수의 전쟁을 치러왔지만 이스라엘 경제는 항상 반등하곤 했다고 FT는 짚었다. 벤처투자회사인 예루살렘벤처파트너스의 창립자 에렐 마르갈리트는 투자자들이 이번 전쟁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견조한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며 "우리는 안보 위기 속에서도 첨단기술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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