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정부, 총리 직선제 개헌안 승인…멜로니 "모든 개혁의 어머니"

입력 2023-11-04 01:12  

伊정부, 총리 직선제 개헌안 승인…멜로니 "모든 개혁의 어머니"
"정치적 안정성 확보와 전문 관료가 이끄는 정부 종식 목표"
현재 총리 직선제 시행하는 나라 전무…의회 통과도 쉽지않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경제와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정치 불안정을 타개하기 위해 총리 직선제 개헌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가 3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인 로마 키지궁에서 내각 회의를 열고 총리 직선제 개헌안 초안을 승인했다고 안사(ANS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정부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라 이번 개헌안을 마련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총리 직선제 개헌안에 "모든 개혁의 어머니"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멜로니 총리는 내각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1946년 이탈리아 공화국 수립 이후 75년간 무려 68개의 정부를 거쳤다. 정부의 평균 수명은 18개월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에는 총리가 12명 있었다"며 "이것(개헌안)은 이탈리아에서 이뤄질 수 있는 모든 개혁의 어머니"라고 덧붙였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탈리아는 총선 후 각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뒤 대통령에게 총리 후보자를 추천한다.
총리 후보자가 반드시 선거 운동 기간 각 정당이 총리 후보로 내세운 정치인 중 한 명일 필요는 없다.
총리 직선제는 이처럼 의회가 총리를 뽑는 간선제를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총리를 뽑는 직선제로 바꾸는 것이다.
멜로니 총리는 총리 직선제 개헌안에 정치적 안정성 확보와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 정부 종식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민이 자신을 통치할 사람을 결정할 권리를 보장해 권력 게임과 테크노크라트 정부를 종식하는 게 처음부터 우리가 헌신해온 두 가지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민의 머리 위에 있는 정부를 종식하고, 국민이 선택한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통치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가 현재 안정적이고 강하기 때문에 이 기회에 이 나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개헌안 초안에 따르면 총리는 5년 임기로 선출된다. 총리 당선자를 배출한 연립 정부에는 상·하원 모두 과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소 55%의 의석이 부여된다.
선출된 총리가 임기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대통령은 퇴임하는 총리를 재임명하거나 집권 다수당에 속한 다른 의원을 지명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가 신임 투표에서 상·하원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소집해야 한다.

개헌안 초안대로라면 이탈리아 대통령의 총리 지명 권한은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평시에는 상징적인 국가 원수 역할에 머물지만, 연정 붕괴 등 정국 위기 때는 의회를 해산하고 총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멜로니 총리의 전임자인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021년 연립정부 내 갈등으로 주세페 콘테 내각이 붕괴하자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해 지명한 인물이다.
그에 앞서서는 2011∼2012년 중립 내각을 이끈 경제학자 출신 마리오 몬티가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총리직을 수행했다.
멜로니는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성할 당시 유일한 야당으로 남을 정도로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전문 관료 정부에 거부감이 상당하다.
멜로니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이 결정하지 않은 정책을 시행하는 대표성 없는 정부의 시대를 종식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개헌안이 결코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특권을 박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국 대통령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역할 중 하나이며 우리는 선출될 총리 임명을 제외하고는 그의 권한을 건드리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총리 직선제를 시행 중인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스라엘이 1996년 총리 직선제를 도입했다가 5년 만에 폐지했다.
총리 직선제 개헌이 실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개헌을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은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3분의 2에는 미치지 못한다.
주요 야당인 민주당(PD)과 오성운동(M5S)은 진작부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군소 야당인 '비바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대표는 지지 입장을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의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총리 직선제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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