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검찰총장 '정면충돌'…또 탄핵정국 열리나

입력 2023-11-29 03:18  

페루 대통령-검찰총장 '정면충돌'…또 탄핵정국 열리나
검찰총장 "대통령에 시위대 40여명 사망 책임"…의회에 보고서
정부, '검찰총장·의원 내통' 경고…특검팀, 총장 최측근 체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작년 대통령 탄핵 사태로 극심한 혼란을 빚은 남미 페루에 또다시 탄핵 정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페루 대통령실과 검찰청 보도자료 및 소셜미디어 등을 종합하면 페루 검찰은 작년 연말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진압 과정에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일부 전·현직 장관 등에 과잉진압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짓고, 관련 수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검찰은 설명자료에서 "대통령은 빅토르 산티스테반 야크사빌카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며 "여러 사람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게 한 혐의도 있다"고 적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4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친 것과 관련해 정부에 귀책 사유가 있다는 뜻이다.
당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과 구금을 계기로 페루 전역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와 관련,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등 강경 진압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파드리시아 베나비데스 페루 검찰총장은 대량 학살(제노사이드), 살인, 중상해 등 혐의로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총리 등에 대한 수사 개시를 명령한 바 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에서 매우 석연찮은 시기에 (나를) 고발했다"며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베나비데스 검찰총장이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내놓은 정치적 책략"이라고 비난했다.
페루 정부는 베나비데스 검찰총장 측이 일부 의원과 결탁해 의회에 각종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검찰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해온 특검팀은 지난주 검찰총장 최측근을 관련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이 대통령의 책임을 명시한 수사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함에 따라 이번 조치가 대통령 탄핵 논의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관련 혐의를 탄핵의 사유로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 헌법을 보면 대통령은 사망 또는 의회에서 판단한 신체·도덕적 무능력 등을 이유로 의회 의결을 거쳐 해임될 수 있다. 반역 행위나 선거방해 등 특정 범죄에 따른 처벌도 해임 사유다.
이 가운데 객관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도덕적 무능력은 전적으로 의회 해석에 따른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2016∼2018년), 마르틴 비스카라(2018∼2020년), 카스티요(2021∼2022년·이상 재임 기간) 등 최근 잇따랐던 페루 대통령 탄핵 사유도 모두 도덕적 무능력과 관련돼 있었다.
페루 의회는 국회법에 따라 총의석수 40% 초과 동의를 받아 탄핵안을 발의해 절차를 개시할 수 있으며 탄핵안은 재적의원 3분의 2를 넘으면 가결된다. 페루 의석수는 130석으로, 가결에는 87석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페루 의회는 범 여당 50석·야당 80석으로 구성된 것으로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매체는 분석하고 있어 여당에서 이탈표가 없으면 탄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여당 소속 의원들의 총의가 모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여당 측에서 이탈표가 나오면서, 101명 찬성으로 탄핵안이 통과됐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탄핵 이후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이름을 올렸으며 임기는 2026년 7월까지다.
지난달 현지 여론조사기관 다툼(Datum)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11%대로 10월 15%대에서 더 하락했다. 반면, 부정 평가의 경우 84%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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