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g당 얼마지?"…온라인에선 가격 비교 어렵다

입력 2023-12-04 06:25  

"10g당 얼마지?"…온라인에선 가격 비교 어렵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단위가격' 표시 의무 아냐
일부 업체 "소비자 알 권리 위해 단위가격 표시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이마트. 해태 홈런볼, 농심 포테토칩 등 과자 진열대에는 가격, 용량과 함께 10g당 가격이 적혀 있었다.
홈런볼초코 128g짜리는 3천680원이고 5개들이 205g짜리는 5천350원이었다. 둘 중 어느 제품이 얼마나 싼지 용량과 가격만 봐서는 한눈에 가늠하기 쉽지 않았지만, 10g당 가격을 확인하니 128g짜리가 288원으로 205g짜리(261원)보다 10%가량 비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홈런볼초코는 가격표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스캔하자 이마트 모바일웹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이마트 모바일웹이나 앱에는 10g당 가격은 없고 가격과 용량만 적혀있었다.
이마트 앱에는 홈런볼초코만 해도 46g, 128g, 164g(4개 묶음), 205g(5개 묶음)으로 4가지가 있었지만, 단위가격 표시가 없어 어느 품목이 얼마나 경제적인지 비교하기 어려웠다.



대형마트나 대기업계열 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라 가공식품, 신선식품, 일용잡화의 단위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판매가격만으로 가격 비교가 어려운 84개 품목의 단위가격을 표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단위가격 표시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단위가격 표시 의무 대상 품목 전체에 10g, 100g, 10㎖, 100㎖ 등 단위가격이 표시돼 있지만 이마트 앱에는 단위가격이 적혀있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마트몰, 쿠팡, 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 사이트에서는 가공식품과 신선식품 대부분에 단위가격이 표시돼 있으나 표시되지 않은 사례도 일부 발견된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 사이트에서 '햇반'을 찾아보면 CJ제일제당 '작은햇반'은 130g짜리 6개들이는 단위가격이 있지만 3개들이는 단위가격이 빠져 있다.



홈플러스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 중 하나인 '딸기'를 선택하면 아래쪽에 제시되는 상품에는 단위가격이 붙어있지 않다.
쿠팡에서는 신라면 등 제품을 검색해보면 판매자가 따로 기재된 일부 품목에 단위가격이 표시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된다.
음식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생필품과 신선식품을 바로 배달해주는 'B마트'는 단위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온라인에 또 하나의 '가락시장'을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달 30일 개장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도 단위가격 표시가 없다. 당근(20㎏), 양배추(5㎏), 시금치(4㎏), 나주배(5㎏) 등의 무게와 가격만 표시됐다.



식품업체들이 직접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운영하는 '자사몰'은 단위가격을 표시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CJ제일제당의 'CJ더마켓'에는 햇반이나 김치, 만두, 스팸 등의 단위가격이 안 적혀있다. 햇반의 경우 다양한 묶음 상품이 있지만 단위가격이 없어 가격 비교가 어렵다.
농심의 '농심몰'에서도 신라면과 신라면더레드, 신라면블랙 등의 단위가격이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을 한눈에 비교하기는 힘들다.
롯데웰푸드 푸드몰, 오뚜기몰, 풀무원몰, 동원몰 등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구매가 확산하는데도 단위가격 표시제의 '구멍'이 있다는 지적은 몇 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미 지난 2020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단위가격 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조사에서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19곳 가운데 일부라도 단위가격을 표시한 업체는 5곳(26%)뿐이었다. 3개 대형마트 쇼핑몰은 제품 중 89%의 가격을 표시했으나 오픈마켓, 종합몰에서는 단위가격 표시 제품을 찾기 어려웠다.
여러 식품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온라인에서 단위가격 표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무 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을 4일 연합뉴스에 전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업체들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이유로 단위가격 표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식품기업이나 유통업체가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용량을 슬쩍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앱은 상품 판매가 아니라 주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면서도 단위가격 표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 오뚜기 등도 단위가격 표시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내년 초부터 단위가격을 표시하도록 시스템을 개편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의 불편을 덜고 편의를 제공하려고 선제적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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