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영토 편입' 베네수 국민투표 95% 찬성…구속력은 '0%'

입력 2023-12-05 01:44  

'이웃나라 영토 편입' 베네수 국민투표 95% 찬성…구속력은 '0%'
예견된 결과에 마두로 정부 환호…'대통령 3선' 겨냥한 국내용?
가이아나 "짓밟히지 않을 것"…인접국 브라질 "모두 진정해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인구 2천800만명의 베네수엘라가 80만명 인구인 이웃 나라 가이아나의 '석유 노다지 땅'을 노리고 3일(현시지간)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투표자의 95%가 정부의 영유권 주장을 지지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전날 국민투표에서 투표자 95.9%가 '과야나 에세키바 주를 신설하고, 해당 주민에게 베네수엘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에 찬성하느냐'는 취지의 국민투표 질문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4일 밝혔다.
과야나 에세키바는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천500㎢ 규모 영토를 지칭한다. 현재 가이아나 땅인 해당 지역과 그 인근 해저에는 석유, 금,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크기와 비슷한 가이아나의 총 국토 면적(21만㎢) 중 3분의 2가 넘고, 가이아나 전체 인구 중 16%가 살고 있다.
이 지역 국경 획정의 근거가 되는 1899년 중재판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묻는 문항에는 97.83%가 '거부한다'고 답했다고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밝혔다. 대신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영토 분쟁을 해결하라는 취지의 1966년 제네바 협약에는 98.11%가 지지 의사를 보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 관할권 인정 반대'(95.40%)와 '영토 획정 관련 가이아나 주장 거부'(95.40%) 등도 압도적인 비율로 한쪽으로 쏠렸다.
다만 선관위는 전체 투표율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간 '다섯 번의 찬성'(5 veces Si)을 권고하며 국민투표 참여 독려 캠페인을 벌인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사실상 예견됐던 이번 결과에 환호하며 "민주적 수단으로 총의를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에세퀴보 지역을 수호하는 역사적이면서도 전례 없는 선거였다"며 "성실하고 공정하게 투표 과정을 관리한 모든 이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는 달리 전날 선관위는 당초 예정된 투표 종료 시간께 예고 없이 "투표소를 2시간 더 연장해 운영한다"고 결정하는 등 불공정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행태를 보였다.
이 지역을 둘러싼 분쟁은 100년 넘게 계속돼 왔다. 1899년에 당시 중재재판소가 현재의 가이아나 땅이라고 판정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와의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당사국 간 협상으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 그러나 마두로 정부로서는 향후 자신들의 논리 전개와 국제 사회에서의 여론전에 이날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정부는 국내 정치적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베네수엘라 야당과 시민단체는 내년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마두로 대통령이 민족주의적 열정 고취와 공정 선거에 대한 국내외 요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서 국민투표를 밀어붙였다고 주장한다고 로이터와 AP통신 등은 보도하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선 가이아나와의 접경지대에서 물리적 긴장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두 나라와 국경을 접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지금 남미에 필요하지 않은 건 단 하나, 바로 혼란"이라며 "모두 진정하고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브라질 매체 G1은 보도했다. 브라질 정부는 해당 국경 지대에서의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가이아나 정부는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전날 수도 조지타운에 있는 프로비던스 경기장에서 연 '애국의 밤' 군중 집회에서 "어떠한 거짓말도 우리 국민 마음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짓밟히지 않을 것이며, 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심하지 않고 국경을 방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에세퀴보는 우리의 것"이라고 외치며 대통령의 연설에 호응했다고 현지 일간지인 가이아나크로니클은 전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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