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르헨 새 정권에 기대 크다" vs "고물가·불경기 걱정"

입력 2023-12-11 06:26  

[르포] "아르헨 새 정권에 기대 크다" vs "고물가·불경기 걱정"
아르헨 국민들, 경제난 속 출범 밀레이 정권에 희망과 두려움 교차
밀레이 취임 연설서 "새정권 초기 불가피하게 고물가·불황올 것"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괴짜 자유경제학자 출신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했다.
일단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로 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작년 월드컵 우승 때 기뻐하던 시민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모든 연령대의 시민들은 아르헨티나 국기를 들고 "자유 만세"를 외치면서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연방 의회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뒤, 의회 앞 광장에서 외국의 축하 사절과 지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연설을 하고 첫발을 내디뎠다.
특히 이날은 2년 전 밀레이 대통령이 본인을 포함해 단 2명의 하원 의원으로 구성된 초미니정당 '자유전진당'을 창당한 날이어서 그 의미가 더 커 보였다.
이를 상기한 듯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사람들은 257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하원에서 단 두 명의 의원으로 뭘 할 수 있냐고 비웃으며 내게 물었다"면서 "난 마카베오기 상(上) 3절 19절을 인용해 '전쟁의 승리는 군대의 크기가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힘에 달려있다'라고 답변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향후 대통령직 수행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밀레이와 함께 했던 또 한 명의 의원은 이날 부통령에 취임한 빅토리아 비야루엘이었다.



우파 성향인 밀레이 정권이 출범하면서 앞서 좌파가 집권해온 아르헨티나엔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밀레이 정권은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출범한다는 점에서 그 앞길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연 140%가 넘는 '살인적인' 고물가와 40%를 상회하는 빈민률 등 만성적이고, 날로 악화하는 경제위기 극복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당면 과제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난에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구태의연한 기성 정치인들을 싹 다 갈아엎자"라고 외치면서 전기톱을 들고 유세한 괴짜 정치 신인 밀레이를 '경제위기 극복의 해결사'로 선택한 것이다.
자신에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의식한 듯 밀레이 대통령은 당선 이후 선거과정에 자신이 내세웠던 '과격한 공약'을 발 빠르게 수정하면서 실용적인 온건파 모습을 보였다.
우선 중국과 브라질에 다가서는 실용적인 외교로 노선을 변경했고, 재정 긴축은 15%가 아닌 5%를 초기 목표로 잡았다.
또한 중앙은행 폐쇄와 현지 통화인 폐소화 폐기 및 달러화 도입에 반대하는 루이스 카푸토를 경제장관으로 내정해 두 공약에 대해선 속도조절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70대 사업가인 알레한드로는 "유세 중 밀레이가 내건 공약은 다 실현 불가능하고, 표를 얻기 위한 마케팅이었다고 보면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국가 재정 개편으로 정부 재정 균형을 이루고 물가를 안정시킨 다음 필요한 개혁을 할 것이라는 그의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난 50년 이상 사업을 했고 누가 정권을 잡던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라는 나라는 수십년간 쇠퇴의 길을 걸었다"면서 "이제 진정한 개혁이 필요하고 밀레이가 꼭 해냈으면 좋겠다. 단,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히지 않을지가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근교에서 올라왔다는 마리아(55)와 에스테반(62)은 "드디어 희망이 생겼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10년∼15년을 내다보면 분명 좋은 나라가 될 거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카를로스(53)는 "이제 기성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도둑질은 끝났다. 초기 몇 달은 어렵겠지만 새로운 변화를 위해선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레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희망','기대' 그리고 '변화'였다.




반면, 정부 재정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밀레이정권이 내세운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인한 대량 해고, 공공사업 중단, 대규모 외환 평가절하로 인한 고물가와 불경기를 두려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돈이 없기 때문에 점진적인 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연간 1만5000%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개혁만이 있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상점 매니저로 일하는 29세 마리아는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긴축경제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에 불황)이 온다는데 지금도 월급은 부족하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어떻게 버티라는 것인지 두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40대인 파블로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모든 개혁은 노동자들이 감수했는데 또다시 개혁이라니 걱정스럽다"면서 "모든 게 불확실하고 어떻게 될지 무섭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급진적인 변화만 외치는 밀레이가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물가가 살인적으로 오르고 있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시민들도 '불확실성'과 '불안', '두려움' 등의 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실제로 일주일 전부터 이미 아르헨티나 물가는 가속도가 붙으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우선 휘발유 가격이 최소 15%에서 최대 30% 상승했다. 이는 지난 45일간 누적치로는 63% 이상의 인상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식품이나 전자제품 등은 200% 이상의 상승률도 보였다.
자유경제 신봉자인 밀레이 대통령이 "가격 통제는 있을 수 없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한 이후 모든 물건과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강력한 개혁의지를 밝히며 12월에서 2월까지 정권 초기의 월별 물가 인상은 20∼40%에 다다를 수 있고, 강한 불경기가 올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르헨 국민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그의 표현대로 '100년간의 쇠퇴의 길을 걸은' 아르헨티나가 다시 일어서서 경제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희망과 두려움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sunniek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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