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대통령령' 아르헨 밀레이 논란 격화…"개혁가 vs 독재자"

입력 2023-12-30 03:51  

'메가 대통령령' 아르헨 밀레이 논란 격화…"개혁가 vs 독재자"
국회 심의 아닌 대통령령으로 수백개 법 개정·폐지…위헌·위법 공방
여론도 찬반 양분…"번영의 길 여는 조치" vs "냄비시위·1월 총파업"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신임 대통령이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360여개의 규제 철폐를 한꺼번에 모아서 발표한 '메가 대통령령'(DNU 70/2023)이 29일 0시 기준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회의 심의·의결이 아닌 대통령의 권한으로 수백개의 법률이 개정 또는 폐지돼 위헌 및 위법 공방이 가열되면서 대통령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에가 이날 보도했다.
앞서 밀레이 대통령은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하는 대국민 연설에서 "국가재건을 시작하기 위해선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방해해 온 엄청난 수의 규제를 없애야 한다"면서 총 366개에 이르는 조항이 포함된 메가 대통령령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철폐 대상으로 꼽힌 규제 중에는 임대차 관련 규제와 국영기업의 민영화 방지 관련 규제가 있다.
또 완전 폐지 또는 일부 개정 대상인 법률에는 노동법을 비롯해 관광산업과 위성 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등 다방면에 걸쳐 수백개의 법이 해당한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화가 난 수천 명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냄비를 들고 국회로 향했으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전국에서 동시다발적 대통령령 반대 시위가 열렸다.
메가 대통령령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갈렸다.
대다수의 기업인과 경제단체는 경제규제 철폐와 완화에 환호하면서 드디어 '번영의 길'로 진입했다며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을 반겼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밀레이 대통령을 '독재자', '조국을 팔아먹으려는 배신자' 등으로 비판했다.
시민들은 냄비 시위에서 메가 대통령령에서 외국인에 대해 아르헨티나 국경지대 토지 매입을 허락한 부분에 특히 분노하면서 '조국은 팔 수 없다'고 외쳤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법대의 다니엘 삽사이 헌법학 교수를 비롯한 대다수의 헌법학자들은 이번 메가 대통령령이 위헌이며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삽사이 교수와 안드레스 힐 도밍게스 헌법학자는 대통령령은 필요성(Necesidad)과 시급성(Urgencia)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우선 수백개의 법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데 '시급성'이 보이지 않으며,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를 행정부가 임의로 대통령령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다른 헌법학자들도 "이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이며 전임 대통령들이 이렇게 하지 않았던 단 하나의 이유는 "위헌·위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메가 대통령령 발표 외에도 임시국회 소집을 요청하고 664개 조항에 이르는 일명 '옴니버스' 법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삽사이 교수는 "대통령령과 이번 옴니버스 법안을 살펴보면, 국회는 문을 닫아야 하며, 모든 권력이 단 한 사람에 집중된다"며 밀레이 대통령의 '독재'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설명했다.
더욱이 옴니버스 법안에는 2025년 말까지 '국가 비상 상태'을 주장하는 조항이 있어 대통령 권한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반대론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리카르도 킨텔라 라리오하 주지사는 이날 라울 사파로니 전 대법관의 법률 자문을 받아 아르헨티나 대법원에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이와는 반대로 펠릭스 로니그로 헌법학자는 개인적으로 대통령령이라는 제도에 반대하며 부도덕하다고 생각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의 메가 대통령령은 위헌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급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수백개의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한다고 해서 해당되는 법의 숫자만으로는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올해 22세인 법학도 후안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지대 토지를 외국인이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고, 약을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살 수 있으며, 아무나 여행사를 차릴 수 있고, 국회에서 힘들게 논의한 임대차법을 대통령령으로 없애는 게 뭐가 그리 시급하고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경제를 살리라고 뽑아줬더니 물가는 폭등하고 밀레이는 독재자 놀이나 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반면, 전 판사인 그라시엘라(86)는 "취임한 지 19일밖에 되지 않았다. 밀레이가 발표한 개혁은 그동안 아르헨티나 사회가 원하던 것이고 이를 성공시키면 카를로스 메넴 정권(1989-1999) 때처럼 호경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여소야대 국회라도 국민들의 지지가 있으니, 국회의원들도 밀레이 정부 개혁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지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2%가 밀레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80% 이상은 '적어도 1년을 기다려 볼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현지 일간지 클라린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아르헨티나 노조총연맹(CGT)은 내년 1월 24일 총파업과 12시간 대규모 시위 계획을 전날 발표하면서 10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18일만이라는 최단기간에 노조총연맹의 총파업에 직면하게 됐다.
아르헨티나 약사단체는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약 판매를 허가하는 밀레이 대통령령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이날 낮 12시부터 1시까지 약국 영업을 중단했다.
sunniek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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