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동 군사개입 강화…대낮 이라크 공습 이어 후티 때릴 태세(종합)

입력 2024-01-05 16:30   수정 2024-01-05 18:34

미, 중동 군사개입 강화…대낮 이라크 공습 이어 후티 때릴 태세(종합)
'확전 우려' 신중론→'방관할 수 없다' 과격행동 기류 변화
친이란세력 지속 도발에 '강경책 통한 억제력 확보' 추진
가자지구 전쟁 곧 석달째 '중동확전 방지' 초기목표 흔들리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자제해오던 중동 내 군사개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지면서 갈수록 꼬여가는 중동 정세에 어쩔 수 없이 강경모드로 전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4일(현지시간) 대낮에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로 드론을 날려보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하라카트 알누자바 지도자인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를 제거했다.
드론이 쏜 로켓은 알누자바 본부로 들어가던 알자와리의 차량에 명중했으며, 알자와리와 보좌관 등이 그자리에서 숨졌다.
현지 매체에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공격받은 차량은 완전히 불에 탄 채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잿더미가 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라크 무장세력이 공개한 현장 사진에 미제 범용 공대지 미사일(JAGM)로 추정되는 무기 잔해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JAGM은 미군이 그간 암살용으로 사용해온 헬파이어 미사일 등을 대체할 신형 미사일로 알려졌다.
미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는 "이것는 매우 과감하다"면서 "미국은 특정 테러리스트 리더를 찍어 그가 타고 가는 차량을 추적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나이츠는 특히 "이전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을 상대로 이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이전과는 달라진 기류가 감지됐음을 암시했다.
이 같은 개입은 안 그래도 일촉즉발로 치닫는 중동 정세에서 악재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WP는 "바그다드 암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중동을 사로잡은 긴장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격에 깜짝 놀란 이라크 정부는 자국 영토에서 버젓이 자행된 암살 군사작전에 반발했다.
이라크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부당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행위로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알누자바도 "미국인들이 이번 공격을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알누자바는 미국이 일찌감치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경고장을 날려온 '눈엣가시'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개전 이후 친이란 민병대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을 상대로 약 120차례 공격을 가했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이 같은 친이란 무장조직의 공격 중 알누자바가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달하는 것으로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는 분석했다.

그간 미국은 이에 대응해 시리아 무기 저장고 등을 보복 공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란과 긴장 고조를 최소화하려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고수했으나 이번 바그다드 공격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게 WSJ 진단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중동연구소의 대테러 전문가인 찰스 리스터는 "미국은 억제력을 재확보하려고 시도 중이며,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같은 방향으로 취한 가장 적극적인 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리스터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꾸준히 이라크에서 군사 주둔을 유지하려 해왔으나 이번 공격으로 이라크의 미군 주둔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부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이라크에 약 2천500명, 시리아에 약 9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같이 고삐를 죄려 하는 것은 국방부 일각을 포함해 일부 당국자 사이에서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직전인 3일 오후 백악관에서는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 부보좌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의 홍해 도발에 군사 공격을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군사 옵션 목록을 보고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올해 열리는 미국 대선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CNN 방송은 4일 보도에서 후티 도발을 해결하지 않고 놔둔다면 세계 무역에 악재가 드리우면서 대선 공약으로 경제 부강을 내세우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역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외교적으로도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성과로 내세웠던 사우디와 후티 간 휴전 중재가 자칫 물 건너갈 것을 우려한다는 전언도 나온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후티 반군이 이미 예멘 평화를 지지해온 국가를 돌아서게 만들었다고 꼬집고 "후티 행보는 예멘을 왕따 국가로 돌려놓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전까지 백악관은 미군이 준비했던 공격 옵션 중 어떤 것도 승인하지 않았으나 지난달 31일 홍해에서 후티 선박과 미군 헬기가 총격을 주고받는 교전을 벌인 이후로 이같은 강경 대응 카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동시에 미국은 동맹을 끌어모아 세력 결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백악관은 3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을 포함해 호주,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독일. 일본 등과 함께 "홍해에서 계속되는 후티 공격은 불법이며, 용납될 수 없고, 심각하게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후티가 계속 생명을 위협하고 세계 경제와 자유로운 운항을 방해한다면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가자지구 전쟁과 맞물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국은 지난달 다국적 함대 연합을 꾸리고 서방 주도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연말까지도 미군 헬기와 후티 반군이 교전을 벌이면서 긴장이 점점 커지는 형국이었다.
여기에 해가 바뀌자마자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수뇌부가 드론 공격에 살해당했고, 곧바로 이란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식을 겨냥한 의문의 폭발 테러가 발생했다.
이처럼 전쟁터인 가자지구를 벗어나 주변국 심장부를 타격하는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살얼음판에서 실제로 미국이 외교적, 군사적으로 개입을 강화하려 하는 것은 초기까지만 해도 중동 확전을 막겠다는 미국의 목표가 전쟁 장기화로 점점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그간 수차례 중동을 다녀왔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4일 오후 다시 중동을 찾아가 이스라엘, 카타르, 사우디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방문한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홍해에서 후티의 민간 선박 공격 억제, 레바논 긴장 완화를 포함해 역내 긴장을 완화하며, 폭력을 막고, 화법을 자제하는 시급한 장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최근 일련의 사건을 보면 가자지구 전쟁이 팔레스타인 국경을 넘어 레바논, 홍해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 미국이 이란의 무기 지원을 받는 세력과의 훨씬 더 큰 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는 경각심이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