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개입 꺼리는 중국, 복잡한 셈법…"시진핑 중동외교 시험대"

입력 2024-01-31 11:57  

홍해 개입 꺼리는 중국, 복잡한 셈법…"시진핑 중동외교 시험대"
中, 美 중동 내 헤게모니 강화 가능성 경계…"들러리 서지 않겠다"
"책임있는 강대국 야망에 짙은 그림자" 비판론 제기…외교적 도전 직면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민간선박 공격으로 불거진 홍해 위기가 중국의 중동외교에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그간 홍해 위기 대응이 상선 공격이나 긴장 고조 행위의 중단을 촉구하는 수준에 그치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아슈켈론아카데믹칼리지 부교수인 모르데차이 차지자는 "중국의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대응은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야망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CNN은 지난 수년간 중동 평화와 평온의 촉진에 중국이 기여해왔다고 강조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외교적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동 분쟁으로 시 주석이 2022년 4월 제창한 국제 안보 구상인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GSI가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중국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특히 작년 3월 중동의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국제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빠르게 '평화 중재자'를 자임하며 휴전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후티의 도발에 따른 홍해 위기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후티가 작년 11월 중순 민간 선박들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뒤 몇주 동안 중국은 후티를 규탄하지 않았고, 중국 군함들이 후티 공격과 관련한 선박들의 구원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CNN은 지적했다.
보다 못한 미국은 중국에 적극적 행동을 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을 막기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난 24일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도 중국이 후티를 자제시킬 것을 이란에 압박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6∼27일 태국 방콕에서 왕이 부장을 만나 중국 내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직접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두 사람의 회동에 관한 발표 자료에서 홍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중국의 태도에는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차지자 부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이끄는 서방 연합에 가담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그런 행동은 역내(중동) 미국의 헤게모니를 강화하고 중국의 지위를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홍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외교·군사적 행보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굳이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작년 12월 하순 홍해에서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함대 연합을 꾸렸고 이번 달 영국과 함께 예멘의 후티 근거지를 폭격하는 등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후티가 홍해 도발의 명분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중단 등을 내세우는 점도 중국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CNN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국은 팔레스타인 대의에 지지를 표명하고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해 위기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중국을 향한 압박 요인이 있다고 CNN은 진단했다.
우선 중국이 중동에서 외교관계를 강화해온 국가들이 후티 도발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수에즈 운하를 운영하는 이집트는 선박 통행량이 줄어든 데 따른 외화 수입 감소로 경제적 타격이 크다.
수에즈 운하를 오가던 상선들이 후티의 공격을 피하려고 홍해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예멘에서 내전이 발발한 뒤 후티와 평화협상을 해온 사우디아라비아도 홍해 긴장이 해소되기를 바라고 있다.
홍해 위기로 중국이 직접적으로 받는 경제적 피해도 있다.
후티가 중국 선박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했지만 중국 국영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의 일부 선박들은 홍해를 우회하는 항로로 변경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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