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美 대북고위관리 "내 직함 바꿨다고 북핵 덜 신경 쓰지는 않아"

입력 2024-02-04 07:00  

[일문일답] 美 대북고위관리 "내 직함 바꿨다고 북핵 덜 신경 쓰지는 않아"
"美 정부의 내부 기술적 이유로 변경…북한 문제에 내 시간 100% 할애"
"바이든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와 달라…北 자금줄 차단에 큰 성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송상호 특파원 = 미국 국무부의 정 박 대북고위관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우리는 북한 문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국무부에서 북핵 문제를 비롯해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정 박 대북고위관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함이 전임자들이 사용했던 대북특별대표에서 대북고위관리로 바뀐 게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업무는 계속되고 관심도도 유지되고 있다. 난 내 시간의 100%를 북한 문제에 할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상황에 신경을 쓰면서도 인도태평양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관심을 줄이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유사하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략적 인내는 대북 제재 압박을 계속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정책으로 현상 유지에 방점을 두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 박 대북고위관리는 "'전략적 인내'라는 말을 그만해달라"며 "바이든 행정부나 적어도 내 팀에서 인내하거나 (북한의 태도변화를) 그냥 기다린다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할 일이 정말 많고 우리는 많은 일을 해왔다"면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실무그룹 출범 등을 통해 북한이 정보통신(IT) 노동자 해외 파견과 해킹으로 벌어들이는 자금을 차단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다음은 정 박 대북고위관리와의 일문일답.




--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고, 전쟁이 임박했다고 관측하고 있는데, 현재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 우리가 여러 차례 공개·비공개로 접촉을 시도했는데도 북한이 계속 대화를 거부하는 게 실망스럽다. 북한이 한국을 향한 적대적 수사(rhetoric)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실망스럽다.
내 임무는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고 국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우리 동맹과 파트너와, 그리고 미국 정부 내에서 계속 긴밀히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행동과 수사에 실용적이고 세밀히 조정된(practical and calibrated)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는 남북협력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미국은 북한을 향한 적대적 의사가 없다.
북한정권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매우 명확히 밝혀왔다. 그것은 고체연료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정은 본인이 전술핵무기의 대량생산을 요구했다. 우리는 북한이 이런 역량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계속 노력하고, 그런 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동맹과 파트너의 역량을 확대할 것이다.

-- 북한의 최근 위협적인 수사와 긴장 고조 행위가 과거와 유사한 수준인가 아니면 더 우려스러운가.
▲ 과거에 해오던 것의 연장선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과 다른 점들이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다. 알다시피 미국 정부는 북한의 무기 지원 정보를 공개했으며 북한의 지원이 러시아가 불법적이고 명분 없으며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가도록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관계에 정말로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두 번째로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방해를 계속 목격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과 강경 발언에 대한 적절한 대응으로부터 사실상 북한을 보호하고 있다.
이런 두 차이점은 김정은이 '나에게는 두 명의 후원자가 있다'고 생각하게 할 수 있고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전개가 아니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의 매우 선동적인 수사와 정말 도발적인 행동을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중국을 계속 압박할 것이다.

-- 북한이 러시아를 믿고 한국을 상대로 더 도발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 김정은과 러시아의 관계가 우려된다. 국무부는 국방부와 함께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북한의 모든 형태의 모험주의(adventurism)를 억제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



-- 한반도에서 과거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적 도발이 일어날 우려는.
▲ 북한이 직접적인 군사 행동(direct military action)을 하려고 한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당연히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한국과 일본을 위험으로부터 방비하고 있다.

-- 그런 징후가 없다면 향후 어떤 도발을 예상하나.
▲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국방부를 포함한 미국 정부는 우리가 모든 종류의 행동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 수집과 공유 역량 강화, 공조 확대에 매우 집중해왔다.

--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부에선 한국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식의 대응이 긴장을 고조시켜 우발적 충돌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데.
▲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그의 행정부와 매우 굳건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여러 차례 한미일 3자 외교장관회담과 정상회담을 했고 한미일 3국의 대북 대표간에도 매우 긴밀한 3자 협력을 하고 있다.

-- 군사분계선(MDL)에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응은.
▲ 나는 늘 모든 종류의 사건과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우리는 한미일,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에 있는 다른 동맹과 파트너들이 북한의 모든 형태의 모험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합심해서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미국은 언제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나.
▲ 정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차례 했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그렇지만 우리 지도부가 공개적으로도 대화와 외교를 제의한 것을 듣지 않았는가. 알다시피 북한은 1월부터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하고는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북한이 다른 나라 대사관에도 국경을 개방해 외교관들이 다시 북한에 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미국 정부가 미국의 대화 제의가 진심이라는 것을 북한에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보나.
▲ 물론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알다시피 진정성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달린 것이다. 우리는 진심이다. 지금까지는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우리는 현재 상황과 무관하게 대화를 제안해왔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면 대화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확실히 북한은 당장은 외교를 원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시도할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전략적 인내'라는 평가에 동의하나.
▲ '전략적 인내'라는 말을 그만해달라. 난 평생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우리가 그냥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다고 하면 내 팀원들의 기분이 상할 것이다. 할 일이 정말 많고 우리는 많은 일을 해왔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실무그룹만 해도 작년 12월에 일본까지 (포함)해서 3자 실무그룹을 출범했다. 한미 사이버 실무그룹의 목표는 북한정권이 해외에 파견한 수천 명의 정보통신(IT) 노동자와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자금을 차단하는 것이다. 작년에만 실무그룹 회의를 다섯 번 했다.
우리는 유사입장국, 그리고 앞으로 유사입장국이 될 국가들과 협력도 확대했는데 그것 또한 많은 일이다. 우리는 유엔에서도 계속 노력하고 있고 인권 문제도 계속 다루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나 적어도 내 팀에서 인내하거나 (북한의 태도변화를) 그냥 기다린다는 것은 없다.

-- '전략적 인내'에는 압박(pressure)도 포함되는데.
▲ 제재는 우리를 안전하게 하는 데 필요하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보강하고 제대로 이행하는 게 우리의 책무다. 그것을 '압박'이라고 칭할 수 있으나 미국민과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를 안전하게 지키는 게 우리 일이다.

--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때문에 북한에 집중할 시간이나 자원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는 우리가 인도태평양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꽤 분명하게 밝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미일 3자 협력뿐 아니라 태평양도서국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도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인도태평양에 많은 노력과 자원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왔다. 그리고 내 입장과 자리에서 볼 때 우리는 이 지역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관심을 줄이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강화가 북한의 위협을 글로벌 문제로 만들었다. 이제 북한 문제는 유럽의 전쟁과도 관련됐다. 그래서 북한 문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해졌다. 유럽의 동맹과 파트너의 식량과 에너지 안보, 주권과 영토 보존 원칙, 비확산 체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대북고위관리로 바뀌고, 직급도 부차관보로 낮아진 것을 두고 관심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 성 김 대사가 은퇴했다는 것 말고는 실제 달라진 게 없다. 업무는 계속되고 관심도도 유지되고 있다. 난 내 시간의 100%를 북한 문제에 할애하고 있다. 북한을 담당하는 우리 팀도 그대로이고 그 실력은 나날이 나아지고 있다. 대북고위관리라는 직함은 기술적인 이유로 붙인 거지 우리가 큰 관심을 두는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 미국 정부 내부의 임명 절차가 복잡해서 그렇게 했다고 들었다.
▲ 그렇다. 북핵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잘 알려주기 바란다.



--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잠시 내려두고 북한과 충돌 위험을 줄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 우리는 둘 다 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위험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게 우리 일이다. 하지만 비핵화에서 우리의 시선을 거두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세계의 핵 비확산 체제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핵무기를 확산하는 게 괜찮다고 여겨지는 세상이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 비핵화가 현실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 논의할 내용이고 우리는 비핵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북한이든 다른 나라든 이처럼 오래가는 핵확산 문제는 한 달이나 1년 또는 5년만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비핵화는 우리가 계속 집중(keep our eyes on the ball)해야 하는 문제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는 십여년간 여러 차례 만장일치로 북한이 핵무기를 불법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충돌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면서도 비핵화에 계속 집중할 것이다.

-- 북한이 '독재국가의 무기고'가 될 가능성이 지적되는데.
▲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나 그들의 기술이 확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반대로 북한이 다른 데서 첨단 기술이나 지식, 재료를 얻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 북한이 최근 순항미사일을 자주 발사하는 데 대응책은.
▲ 지난 몇 주간 발사된 순항미사일에 대한 평가를 아직 진행하고 있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곳은 이 지역에서 민간 항공기와 선박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역의 안보뿐만 아니라 번영을 위협한다.

-- 북러 협력으로 북한 문제가 더 복잡해진 것 같다.
▲ 우리는 북러협력의 위험을 고려해 유럽 국가들과 여러 차례 대화하고 집중적인 외교를 했다.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인 협력에 감사하다.
우리는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무기 확산을 우려하는 다른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결집할 수 있었다. 이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막기 위해 얼마나 단결하는지 보여준다.



-- 김주애가 북한 김정은의 후계자라고 보는가.
▲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 하지만 김정은이 자기 딸을 여러 행사에 그냥 참석시키는 게 아니라 정면, 정중앙에 내세우려고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주애가 후계자인지 추측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김정은이 집권한 지난 10여년간 그가 항상 모두를 놀라게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가 후계자일지 계속 분석할 것이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김정은을 다뤄야 한다.

-- 김주애를 내세우는 게 김정은의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을까.
▲ 김정은은 연이어 건강 문제를 경험했지만 김주애의 등장이 김정은의 현 건강 상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추측하지는 않겠다.

-- 북한과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국 국민을 안심시킬 메시지는.
▲ 우리가 북한 문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북한을 억제하고 막으며 압박하는 노력을 끈질기게 이어갈 것이다. 물론 외교의 기회가 나타날 경우 잡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자금 창출 능력을 차단하는 노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한일과 관계를 강화하는 등 동맹 및 파트너와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북러 협력으로 북한 문제의 위험이 커지면서 다른 나라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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