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깡패들"…나발니 사망에 미·러 갈등 악화 예고

입력 2024-02-17 19:10   수정 2024-02-18 12:59

"푸틴과 깡패들"…나발니 사망에 미·러 갈등 악화 예고
바이든 "푸틴 책임"…서방·러, 책임·원인 두고 정면충돌
미국, 3년 전 '엄청난 후과' 경고…추가 대러제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시간) 시베리아 감옥에서 돌연 사망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나발니의 죽음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나발니 사망의 책임과 원인을 놓고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는 정면충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은 나발니 사망의 책임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돌리며 맹비난했다. 서방의 반응이 타살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러시아 측은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일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나발니 사망 소식에 격분했다며 "푸틴은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의 국민을 공격할 뿐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가 암살됐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출연해 "러시아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해를 끼친 추악한 역사를 고려하면 나발니의 사망을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명백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방에서 나발니의 사망을 의문사로 규정하며 푸틴 배후설을 제기하자 러시아는 광기에 가까운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망 원인에 관한 정보는 아직 없다. 하지만 그런 성명이 나오고 있다"며 "분명히 이것은 완전히 광기다. 우리는 그러한 성명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발니의 사망 소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내 정치 탄압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대치하고 있는 예민한 시점에 전해졌다.
영토주권 훼손과 권위주의에 따른 인권유린으로 압축되는 두 현안은 미국이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자유 민주주의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안이다.
아직 나발니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러시아의 공식 발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1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뒤 회견에서 나발니가 옥중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엄청난 손상을 가하는 후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히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2년간 러시아에 각종 제재를 비롯한 여러 조치들을 취했기 때문에 그가 더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해 러시아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밖에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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