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가다] 살사의 나라, K팝에 빠지다…댄스 삼매경에 공연장 흠뻑

[쿠바를 가다] 살사의 나라, K팝에 빠지다…댄스 삼매경에 공연장 흠뻑
한류 커뮤니티 주최 경연 대회서 열띤 경쟁…"K팝, 이미 새로운 문화로 우뚝"
모바일 서비스 보급과 함께 K팝 인기도 '쑥'…참석자들 "유튜브 보며 연습" 수교 기대감



(아바나=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17일 오후(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대표 공연장 중 한 곳인 플라사 뮤직 하우스(Casa de la Musica Plaza)의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K팝 곡들이 오감을 자극했다.
회원 수 1만명 넘는 쿠바의 자생적 한국문화 커뮤니티 '아르코르'에서 주최한 K팝 댄스 경연 중 '2월의 아티스트'를 뽑는 자리였다.

이곳을 찾은 150여명의 쿠바 현지 팬들은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르세라핌, 엑소 등 유명 그룹들의 대표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올 때마다 환호성과 함께 댄스 실력을 뽐냈다.
공연장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K팝 그룹들의 '칼군무' 연습 영상이 나와 '쿠바 춤꾼'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흥을 돋웠다.
잠시 후 무대에서는 귀청을 울리는 큰 노래와 함께 등장한 커버 댄스 실력자들이 대회를 펼쳤다.
마냥 앉아 앞을 쳐다만 보는 관객은 없었다. 무대 아래에서 함께 노래를 즐기던 이들은, 아는 곡이 나올 때마다 춤추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예선 성격의 관문을 통과한 7팀이 나와 선의의 경쟁을 벌였는데,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다들 수준급이었다.



예술 분야 강국이자 화끈하고 격렬한 리듬과 율동이 특징인 '살사'로 대표되는 나라이기도 한 '수교국' 쿠바에서 K팝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인정받고 있다고 볼 만한 현장이었다.
행사 전반을 지원하며 한류 확산을 돕고 있는 문윤미 쿠바 영사협력원은 "많이 몰릴 때는 400명 넘게 공연장을 찾아와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한다"며 "공연을 마치고 나면, 과장이 아니라 바닥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미끌미끌해진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쿠바 K팝 팬들은 대체로 10∼20대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을 통해" K팝을 접하고 댄스 연습곡을 찾는다고 입을 모았다.
마를링(20)은 "안무를 완벽하게 익히려고 노력하는데, 보통 유튜브에 K팝 그룹들이 올려놓은 코레오그라피(안무)를 검색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마를링의 친구(20)도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아예 다운로드해 놓고 보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실제 현지에서는 쿠바에 모바일 인터넷망이 어느 정도 갖춰진 5년여 전부터 K팝 인기가 급속도로 올라갔다고 보고 있다.
쿠바 국영 기업이자 통신 분야 독점 업체인 에텍사(ETECSA)는 2018년 말 국민들에게 3G 휴대전화 온라인 접속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당시 이미 전 세계를 강타한 K팝이 쿠바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알리(20)는 전통적인 춤에도 관심이 있지만, 지금 당장은 K팝을 더 즐기고 싶다며 "(수교 이후) K팝 굿즈 같은 것도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팝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도 물어보니, 그는 미처 질문을 마치기도 전 "꺅!"하는 환호성으로 열 마디 답변을 대신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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